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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124)

백사 이항복(李恒福)

by 석암 조헌섭. 2023. 7. 22.
백사 이항복(李恒福)1556-1618년     

이항복은 다섯 번이나 병조판서에 올랐으며 삼정승을 지낸 높은 벼슬을 누렸지만 
백사(白沙) 이항복도 알고 보면 
어린 시절 장난꾸러기였고 노는 일에만 급급한
골목대장이었고 그가 16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 그의 가족들은 큰 걱정이 앞섰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허구한날 밖으로 나가 놀기만 하여 철없이 보이는 것이었다.
엄마 없는 건달인데도 백사에게  어느누가 딸을 주겠는가 하며 걱정하든 차 하루는
권율 장군의 아버지인 권철(權轍)이라는 정승이 중매쟁이를 대리고 그의 집을 찾았다.
 
백사가 비록 건달 생활을 하지만  건장한 청년 인데다 머리가 영리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손주 사위를 삼기위해  직접 그를 만나러 온 것이다.
정승이 집을 찾아왔으니 가족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항복의 형 이산복은 권 정승을 보자마자  마루에 내려와 큰절하였다.

자네 동생이 이항복인가 ?  네 그렇습니다  대감 어인 일로  이렇게 저의 집을 찾아
오셨는지요,? 내 막내 아들한테 딸이 하나 있는데 자네 동생을 손주사위 삼아 볼까
해서 이렇게 왔다네 ,
아이구 대감 저의 동생은 아직 철이 없어 남 앞에 내놓기 부끄러운 놈입니다. 

어허 별말 다하는구먼  어서 대려오기나 하게 하여 동생 항복을 데려오자, 
항복은 대감에게 큰절을 올렸다.  저를 찾는다고 해서 달려왔습니다.
그렇네 자네를 내 손주사위로 삼아 볼까 해서 왔네!  항복은 그렇지 않아도 장가를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 했는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항복은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어르신 그러면 겉도 보고 속도 보십니까,?  아니면 겉만 보십니까,?
백사의 말로는 속도 볼 수 있다는 말인데 권 정승은 참으로 특이한 놈이라  생각하고
아니 그대 속도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속을 어떻게 본단 말이냐, 

그 말이 떨어지자 백사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아무 거리낌 없이 바지를 벗어 버렸다.
권 정승과 백사의 형은  황당무게 하여 서로 놀란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대감 어르신 남자의 속이 이 정도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윗감을 고르신다면 이것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실 것입니다. 

보아하니 사나이 대장부답게 백사의 물건은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항복의 형과
 중매쟁이는 눈을 돌렸지만 권철 정승은 그 반대(反對)였다.
원하는 답을 찾은 듯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다  그러자 항복은 어르신 이것으로 저의
 속까지 다 보여 드렸으니 저는 인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항복의 형 산복은 낯이 뜨그워 차마 정승에게  낮을 들 수가 없었다 어르신 저 녀석이
 버릇없는 실례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 겠습나다  부디 용서(容恕)해 주십시오.
제가 대신 사과 하겠습니다.
  그러나 정승은 껄, 껄, 껄 ,웃으면서 사뭇 그렇지 않네 

 저 얼마나 사나이 대장부 다운 호탕하고 솔직한 모습인가  큰 인물(人物)이 될 사람이네 
나야 자네만 괜찮다면 내 손주사위로 삼고 싶네! 
이렇게 하여 항복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집안이 가난해 양반이지만 누구하나 위해주는 사람 없이 외롭고
 힘들었던 이항복의 집은 결혼으로 인해 조금씩 가세가 펴기 시작했다.
항복은 결혼 후 건달 생활을 그만두고 오직 공부에만 힘을 쏟았다. 

언제까지 허송 세월만 보낼 수 없는 노릇  색시 한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겸  곧 태어날
 아들 한테도 아버지로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오직 공부에만 몰두하여 문과에
 당당히 합격하여 장안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대장부 같은 기질과 호탕함은 모든 사람에게 부러움을 삿고 분명 크게 될 인물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그를 우러러보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이항복의 평가(平價)가 이렇듯 하늘을 찌를 기세이자 장안에 기생들은 서로 그를 차지
 하려고 호시탐탐 기회(機會)를 엿볼 정도였다.

잘난 남편을 둔 것도 부인의 입장에서는  속상하는 일  아내의 시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귀찮을 정도로 캐묻고 따지는 아내의 시기에 항복도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아내를 길들이기로 하였다
.
여러 가지 방안 중 한 가지를 생각하여  어느 날 밤이 깊어지자 항복은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도둑처럼 변신하고서는 광에 숨어 아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뒷간을 가기 위해 칠 혹 같은 어둠 속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인데 뒷간으로 가는 아내를 뒤에서 꽉 잡고 입을 막 은 다음 광으로 데려 가
 아내의 저고리를 벗겼다,
 
정조를 생명처럼 여겼든 양반집 규수였으니 아내는 나타난 남자의 손길을 뿌리
 치느라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건장한 남자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다. 

항복은 아내의 치마까지 벗기려 했고 아내는 필사적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대문 밖에서  기침 소리가 나면서 누군가 집에 들어 오는듯했다.
그제야 항복은 아내를 풀어주고 도망쳐 나와 곧장 사랑채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잤다.  

 남편인 줄 모르고 낯선 남자에게  강간 당할 뻔했다고 생각한 부인은 방으로 들어가
 밤새워 소리죽여 울어 버렸다.
만일 그 사내가 밖으로 나가 소문이라도  퍼뜨린다면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 없는 일
그날 밤 잠 한숨 못 자고 이튿날 아침이 에도 밖에 나오지 않고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었다.


부인(婦人) 어디 아프오  약이라도 지어와야 돼요,
모른척 하고 말을 걸었지만 아내는 아무 말없이  허탈한 표정(表情)으로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항복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며칠 후 소문을 퍼뜨렸다.
예나 지금이나 헛소문은 빨리 전해지는 법 장안에는 그의 아내에 대한 소문이 가득했다.

백사 이항복의 부인이 겁탈 당햇네  아니야 두들겨 맞고 강간을당해서 지금 앓아
 누웠다잖아 워낙 어두운 밤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어떻게  그런 일을 당했을까?
이렇게 소문이 나돌자 부인은 외출도 삼가 였고 남편에게는 더더욱 미안해
 얼굴을 못들 지경 당시로서는 남의 남자에게 겁탈당했다면 남편이 후처를 받아
 들인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항복은 후처도 들이지 않았고 아내에게 싫어하는 기색도 내지 않았다.
예전과 변함없었으니 그의 아내로서는 남편을 시기 하기는커녕 더욱더 위해
 주려고 애를 썼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후 항복은 아내에게 진실을 밝혔다. 

나도 소문을 들어서 조금은 알고 있다만  도대체 얼마나 당했소  옷을 벗기고
 강간도 당했다던데 아직도 그 남자를 누구인 줄 모르오 네 너무 캄캄하고
정신(精神)이 없던 터라서 하며 그만 울어 버렸다. 

허, 허 큰일날 사람이구만  남편도 모른단 말이요 그러자 아내는 눈을 치켜뜨고
그를 쏘아 보았다. 세상에 어쩐지 그때 손길이 이상하더니만...
그러니 이제는 기생 같은 여자들로 인해 시기를 하거나 질투(嫉妬)하는 일은
 삼가시요. 

자고로 혼인한 사람이면 죽을 때 까지 함께 가는 것이거늘, 사소한 일로 큰일 하는
 남자를 귀찮게 해서 되겠소,?
이미 장안에 소문이 날 대로 난 상황 그의 아내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백사 이항복의 장인은 권율(權慄) 장군 이었다. 한번은 권율 장군의 생일날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 술과 음식을 마신 후 두 사위를 불렀다.
  한 사람은 이항복 또 한사위는 신립 장군이었다. 

술이 얼큰해진 권율은 사위 신립에게 얼굴에 위엄(威嚴)과 복이 넘쳐나든 신립의
 얼굴은 뭔가 요상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고 , 이항복의 얼굴은 오히려 온화하면서
 정감 있고 풍요로워 보였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하여 권율은 먼저 사위 신립에게 물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가,?
저는 두 달 전 강원도에 사냥을 갔다가 어찌 하다 보니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여우 
한 마리를 발견(發見)  그 여우를 잡으려 활을 겨누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화살이 빗나가기만 했고 하는 수 없이 그 여우를 계속 뒤쫓아 갔더니  날은 어두워지고 

 여우는 간데 온데 사라졌고 어쩔 수 없어 민가를 찾고 있을 때 마침 불빛이 보여 찾아갔는데
산속에 그렇게 큰 대궐 같은 집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거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네 그렇습니다, 대문 밖에서 하인을 불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대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하얀 소복을 입은 미모의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큰 걱정거리가 있는 듯 ,
신립 장군이 하룻밤 묵어야 하는 처지여서 부탁했다.

그러나 여인은 대꾸도 않은 체 돌아서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지 몰라도 하루밤
묵어가게해 주십시오  그러자 여인은 저도 죽어야 하는 날 입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죽는다니요,

사연인즉 여인의 집에는 하인이 한 명 있는데 힘이 센 장사 인데다 나이가 들수록 성질이
사나워져 결국 자신을 아내로 삼으려고 해  아버지는 그 하인을 쫓아냈는데 원한을 품은
하인은 그 후로 밤에 저의 집을 찾아와 가족(家族)과 하인들을 하나씩 죽였다는 것이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죽고 이제 저만 남아 있으니 그날이 바로 나를 죽이려 오는 날이라 했다.
이 말을 들은 신립 장군은 여인을 안정시키고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하여 여인이 차려준 밥을 먹고 신립은 여인의 방 벽장 속에 숨어서  그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에 육중한 몸을 이끌고 그 괴물 같은 하인이 여인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립은 어둠 속에서 사정없이 활을 쏘았지만 하인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화살이 마지막 한발만 남아  신립은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다해 활을 당겼다. 

그러자 화살은 그의 관자 놀이를 맟췄고 결국 뒤뚱거리다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신립이 벽장을 나왔을 때는 그 녀석이 온데간데없고 여인이 기절하여
쓰려져 있었다 .
악몽(惡夢) 같은 밤이 가고 날이 밝아 신립은 떠날 준비(準備)를 했다. 

그런데 여인은 신립의 발목을 잡으며 울면서 매달리며  첩이라도 좋으니 같이 살자고 했다.
 간신히 여인을 때어내고 밖으로 나온 신립은 뒤돌아보았는데 소복을 입은 여인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자기 몸에 불을 붙히고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신립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장인어른 권율은 화가 난 목소리로 저런 저런 그 산속에 
여자를 혼자 남겨 두고 오다니 그러니 여인의 가슴에 자네가 얼마나 원망스런 사람일꼬,
허 , 허, 신립 장군의 얼굴에 뭔가 요상한 기운이 감도는 이유를 그제서야 안 권율은
이번에는 이항복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디에 다녀왔는고, ? 예, 저는 천안 지역을 돌아왔습니다.
그러면 자네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구먼   예, 말씀 드리기 송구스러우나  아버님께서
이해하여 주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천안 지역을 돌던 중 하루는 날이 저물어 주막집에 하루를 묵게 되었는데 
피곤하여 일찍 잠에 빠져 생각지도 않는 일이 벌어졌다.
한밤중에 문이 열리더니 육중한 몸체가 들어 오는 것을 보고  자신을 해치려 하는 줄
알았는데  그의 옆에 앉더니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눈을 떠보니 여자는 여자인데 추한 여자였다 , 정말 여자가 아니라 괴물 같았다.
그러나 여자는 이곳저곳 만지더니 결국은 끌어안고 마치 자기 남편 다루듯 햇다.
이항복은 잠결에 깨어난 데다 그 육중한 몸을 피할 길이 없어
그냥 여인이 원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그러자 여인은 미칠 듯이 몸을 흔들어 대며 얼굴은 아주 흡족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좋은것을...하고 말을 흐리더니 그만 밖으로 나가 마당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죽는 게 아닌가 너무도 이상해서 주모에게 그녀에 대해 물었더니 

사연인즉,  여자는 너무나 추녀여서 나이 40 이 넘도록 시집을 못 간 사람인지라 
나이는 들었는데 어떤 남자도 자신을 거두어 주지않아 밤이 되면 나그네들이 묵는
주막을 찾아와 하룻밤 정을 통하게 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어떤 남자도
그 소원을 들어주지 않고 결국 이항복이 그녀의 한을 풀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장인한테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는것을 이야기하는 게 쉬운 일인가 ,
항복은 장인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권율 장군은 한 여자의 평생소원을 품어 주었으니 그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로구나,

 허, 허,  그런 일도 있었구만  두 사위의 말을 다들은 권율은 신립 장군에게는 불안한
기운이 이항복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권율 장군의 느낌대로 이항복(李恒福)은  일생동안 평온하게 부귀영화
 를 누렸고  신립 장군은 임진왜란 때 판금대에서  진을치고 적군과 싸우다가 그만 죽고 
말았던 것이었다.

                                           필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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