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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머슴날(奴婢日)

by 석암 조헌섭. 2020. 2. 24.

 

슴날(奴婢日)


옛날 농가에서는 오늘 2월1일(음력)을 머슴날(奴婢日) 이라고 하였다. 
겨울이 끝나가는 2월 초하룻날에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음식을 베풀고 즐기던 세시풍속(歲 )이었다,
한해 새경을 정하고 고된 농사 준비를 해야 하니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베푸는 것이다.
 
또한 살림이 넉넉한 집에서는 머슴들에게 돈을 주어 장터에 가서 맘껏 쓰도록
 하기도 하는데, 이때 서는 장(場)을 머슴장이라고 한다.
한편, 이날 머슴들은 정월 대보름에 세웠던 볏가릿대를 내려 일년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치기도 하였다.

볏가릿대에 달아놓았던 오곡(五穀)의 양이 처음보다 늘었거나 싹이 났으면
 풍년(豊年)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凶年)이 든다고 생각하였다.
이날은 정월대보름에 세웠던 볏가릿대를 내려서 그 속에 넣었던 곡식으로
 송편 등의 떡을 만들어 머슴들로 하여금 먹게 하였다. 

머슴들은 이 떡을 나이 수만큼 먹으면 좋다고 하여 이날은 머슴들끼리
모여 풍물(風物)을 치고 노래와 춤으로 즐기기도 하였다.
당연 20세가 되는 청년은 머슴 날에 동네 어르신과 일꾼들에게
 술과 음식을 한턱낸다. 

그러면 그 해부터는 성인으로 인정받아 어른과 품앗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머슴의 날에 이런 성인식(成人式)을 하지 않았을 때는 두레가 났을 때
 하는 수도 있다. 머슴의 날은 평소에 대접받지 못했던 머슴들에게 용기를 주어
그 해의
농사에 전념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여는 농경의례(農耕儀禮)의 하나이다.

오래전 박봉이던 시절 봉급날을 머슴 새경 받는 날이라고 했다. 
봉급이 너무 적어 자신을 그렇게 비하해서 불렀지, 
봉투가 약간 두툼하면 기분이 억수로 좋은 날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당당히 대폿집으로 향하던 기억이 난다. 

주막집에 이르면 벌써 높은 분들께서 대폿잔을 기울리며 갓끈이 풀릴 듯,
 말 듯 하다. 꾸벅 절하고 옆방으로 갈라치면 큰 대폿잔에 막걸리를
 칼칼 부어 주시던 그분들은 지금은 다들 저세상으로 가셨다.

또한, 모내기할 때나 ,논, 밭 잡초 멜때나 추수할 적에 새참이 오면
 이웃을 불러 참 먹자며 하던 시절!
버드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내 고향 합천 황강 강가에서 백사장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첨벙거리며 물장구치며 멱을 감으며 시원하고 
상쾌한 여름을 보낸 기억이 떠오른다.

또한 저만치 원두막에서는 할아버지께서 부채를 부치며 우리들의 물놀이를
지켜보다가 이리오라는 손짓을 해 쪼르르 달려가면 외밭에서 

 큼직한 골 참외를 따서는 삼베 소매에 쓱쓱 문질러 주시곤 하셨지! 
그처럼 부채 하나만을 의지하고 살아온 낭만(浪漫)이 깃든 여름 생활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지! 먹을 것은 귀해도 인심 하나는 철철 넘치는
 시절이었다. 국민소득 32,000불이 넘은 시대지만 인정이 너무
메마른 것 같아 아쉽다.


요즘 코로나19 땜세 대구엔 주말 휴일 잘 지내셨는지 안부도 전하기 어렵다.
오늘이 음력 이월 초하루 나 어릴 적 동이 틀 무렵 첫새벽 정화수
 한 그릇 떠 놓고 삽짝문엔 황토를 놓아 소지 올리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안수라 부르기도 하는 이물은 새벽달이 마지막으로 비칠 때 그달을
 물과 함께 바가지로 길은 물은 물 중에서도 으뜸이란다.
물은 만물의 근원,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라

이런 정화수를 

천도교에서는 청수(淸水)라 하고, 가톨릭에서는 성수(聖水)라 하고 
불교에서 물을 떠, 남에게 주는 공덕으로 선행의 감로수(甘露水)라 하며,
구약시대는 놋바다에 손과 발을 씻어야만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하나님의 장막에 들어갈 수 있었다네요.


우리 모두 혼탁한 세상을 이 정화수(井華水)로 주술 하여 코로나19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0년 이월 초하루(음력)
석암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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