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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다반사[茶飯事]

by 석암 조헌섭. 2018. 12. 6.

 




 

반사[茶飯事]


블로그에 글을 올려본지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지인들의 염려 덕분으로 압박골절이 제자리에 붙어가는 중이란다.

12월 1일 퇴원하자마자 설상가상[]으로 저의 호를 작호(作號)해

주신 형님께서 향년 74세로 그만 영면하셨기에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여행이나 모임도 한 나이 젊을 때 해야지 나 역시 건강에는 자신 있었지만,

긴 여행이 마음만 뻔하지 젊은이들 틈바구니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滿] 되어 돌아온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을 다반사[茶飯事]라고 한다.

이 말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듯이 일상생활에 자주 있는 일을 말하는데, 

옛날에도 밥을 먹은 다음 차를 한 잔 마시곤 하였다는데,


특히 불가에서는 차와 선을 한 맥락으로 보고 다선일여[茶禪一如]라는

말을 쓰기도 하였다. 극히 일반적이고도 당연한 일로서 불교 중에서도

선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참선 수행을 하는 데는 유별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차 마시고 밥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예사로운 일이나 항상 있는일 등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차 마시는 정신에 선이 있고 선[禪]하는 과정에 다[茶]의 도[道]가 통한다는 뜻이다. 즉 차 한 잔 마시고 밥 한 그릇 먹는 그 속에 삼매[三昧]의 도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불가에서는 다반사[茶飯事]는 평상적인 일 속에서 도를 깨우치는

불심으로 향하는 방법을 가리켰다.


그러나 조선시대 억불정책[策]으로 불교가 쇠퇴하여 옛 선사들이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매개물로 삼았던 불가의 차 문화까지도

단절[]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차 문화는 신라 말 유입돼 고려시대까지 왕실과 사찰 중심으로 형성돼

오다가 조선시대 배불숭유정책[]에 따라 자연스럽게 쇠퇴했고

조선 말에 이르러서는 극 소수의 수행들 사이에서만 그 명맥을 잇고 있었다.


이때 차로 이름난 초의선사는 차의 이론을 정립하고 선다의 제다법을 

복원해 ‘초의차’를 완성하고 나아가 당시 중국차만을 알던 지식인들에게

한국차의 우수성을 인식시켰다. 

동다송은 초의선사가 차를 알고자 해서 지은 차의 전문서이다.

동다[東茶]라는 말은 동국[東國], 또는 해동[海東]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를 말한다.


이 차를 계송으로 읊었다고 해서 동다송이라고 했다.

이 동다송의 대의[大意]를 요약해 보면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는데,


첫째 차는 인간에게 너무나도 좋은 약과 같은 것이니 차를 마시도록 해라.

둘째 우리나라 차는 중국차에 비교해서 약효나 맛이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육안차[六安茶]의 맛이나 몽산차[夢山茶]의 약효를 함께

        겸비하고 있다.

셋째 차에는 현모[玄妙]하고 지극한 경지가 있어 다도[]라고 한다는

       것이다.


송나라 때의 시인이자 화가인 산곡도인 황정견이 지은 차시[茶詩]에 

‘정좌처 다반향초[靜坐處 茶半香初] 묘용시 수류화개[妙用詩 水流花開]’

라는 선귀가 있다. 

“정좌한 자라리에 / 차를 반쯤  마셨는데 / 향기는 처음 그대로 일세 / 

묘용의 시각에 / 물은 절로 흐르고 / 꽃은 홀로 피고 지네  


이를 번역하지 말라, 

번역하면 비단을 뒤집어 놓은 격이니 선귀의 드높은 경지는 원문 그대로

음미하는 것이 좋다고 사천의 다솔사 주지엿던 효당스님은 말씀하였다. 


또한 추사 김정희가 즐겨 썼던 차시[茶詩]로 유명하며,

정좌처[靜坐處]와 묘용시[妙用詩], 다반[茶半]과 수류[水流] 

향초[香初]와 화개[花開]’로 절묘한 댓구를 이루어 공간의 정적인

분위기와 시간의 동적인 현상이 신비한 대비를 이룬다.


그윽한 다선삼매[茶禪三昧] 든다. 선정 속이다. 

새벽 5시 그윽한 허브차 향을 음미하며 허리 골절 때문에 선 자세로 

이글을 써본다.

                             

                        18년 12월 일                       

   석암 조 헌 섭 



 따뜻한 차 한 잔 내려놓고 갑니다.

언제벌써= 윤정아=대덕산악회 정회원 35년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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