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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묵명(墨名)

by 석암 조헌섭. 2017. 11. 26.
묵명(墨名)

묵명(墨名)이란 예전에, 이름을 먹칠하여 지우는 형벌(刑罰)을 이르던 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이나 유무형(有無形) 물건에는 이름이 없는 것이 없다. 
식물이나 동물, 벌레까지도 모두 제각기 이름을 갖고 있다.

특별히 사람의 이름에 우리 민족은 너무나 집착적(執着的)인 면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좋은 이름 나쁜 이름에 따라 운명(運命)이 뒤바뀌고 행복과 불행이 따르고
 실패와 성공을 한다기에 작명가(作名家)를 찾아가 이름을 짓는데,

 이름을 지을 때는 오기와 수리, 음양을 따지고 사주에 맞게 본관(本官)
항렬(行列)을 따라 짓는다.
 한국인은 이름에 대한 집착(執着)이 강하다 못해 처절한 걸까?

이름이야 말로 자기 표현이며 자기를 대표 하므로 이름이 자아(自我)이고
 자기를 신성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죽하면 자식에게 천금(千金)을 물려 주는 것보다 기술(技術)을 하나 
가르쳐 주는 것이 좋고,  기술하나 가르쳐 주는 것보다 이름하나
잘 지어 주는 것이 좋다고 했을까?  한 번 지어진 이름은 평생(平生)을 먹고
살만한 운을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름을 소중히 해 왔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부모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이나
조상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자기 수신(修身)을 하며 노력을 많이 해왔다.
이처럼 자신의 선조나 자신의 이름에 먹칠하는 것을 묵명(墨名)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예부터 이름이 가장 많은 국민이다.

아이 때부터 부르는 아명(兒名)이 있고 관명(冠名), 자(), 아호(雅號),
시호(諡號) 등이 있다.
또한, 가족 중심 사회의 족벌(族閥)구조 속에서 선조나 선친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죄악시해온 민족(民族)이다.

그것은 이름에 대한 신성시 때문이다. 
산소에 비석(碑石)에도 이름을 넣지 않을 수 없으므로 누구 비석을 막론하고 
휘(諱)자가 없는 것이 없다. 
휘(諱)는 꺼릴 휘자인데 말하자면 신성한 존함(尊銜)을 새기지 않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기록(記錄)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중국에 유명한 시인 두보는 아버지 이름(杜閑두한)도 閑자가 있으므로 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한가할 한(閑)자가 그 많은 두보의 시에 한 자도 볼 수 없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는 우스운 일이지만, 이름을 얼마나  중요시했나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조선 후기 영의정을 지낸 이상황(李相璜)이 충청도 암행어사가 되어 괴산군을 
찾았을 때 일이다. 어사가 고을 입구에 다다르자 한 농부가 비(碑)에다
 진흙칠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를 이상히 여겨 물으니, 그  농부(農夫)는

“암행어사가 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고을 사또의 명을 받은 이방이 사또의
 이름이 새겨진 선정비(善政碑)를 급히 나무로 만들어 세우라 했는데, 
혹시 혹시 눈먼 어사가 이것을 진짜로 여길까? 걱정돼 진흙 칠을 하는 것”이라 
 답했다. 이를 들은 어사는 그 길로 동헌으로 들어가 사또를 파직시켜 버렸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마지막인 해관편(解官篇)에 나오는 내용이다. 
‘해관(解官)’은 관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이다.
 목민관이 벼슬을 거만두고  물러날 때 그 고을 백성들이 슬퍼하고 막아선다면, 
이것이 참다운 선정을 베푼 증거(證據)라는 것이다. 


그러나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거짓 칭송하는 글귀를 새겨 선정비를 세운다면 
그것은 자기 조상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경관(景觀)이 아름다운 풍악산이면 어디라도 바위에 잔서완석이 남아있는지라,
예부터 자신의 이름 알리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달도 차면 기울듯이 정상까지 오르면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


그러기에 주역(周易)에서는 항룡유회(亢龍有悔)라,  
더 오를 수 없을 만큼 하늘에 
솟구쳐 오른 용(龍)은 후회 하게 된다고 하였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100%의 욕망(欲望)과 충족(充足)을 위해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섬은 모른다면 위험(危險)에 직면하게 마련다.

세상에 도리(道理)를 지키고 살면 매우 궁색하며 곤란하고 외롭고 쓸쓸한
생활(生活)을 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권력이나 세도에 아첨(阿諂)하면 일시적인 영달을 누릴 수 는 있다.

그러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란 속담이 있듯이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멋대로 행세하거나 세도(勢道)에 빌 붙었다고 해서
함부로 날뛰다가 세상이 바뀌어 냉엄한 심판을 받게 되면 역사의
오명(汚明)을 남기게 마련이다. 

보라! 을사늑약 때의 친일 오적(親日五賊)이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는국정원장의 신세가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된것이야 말로
역사(歷史)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이 달인(達人)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불의한 부귀(富貴) 는 뜬구름처럼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재물과 금,은 보석을 탐하는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이 있다.
높은 벼슬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럽고 존경받을 마땅한 일인데 그것을
모르고
 탐욕을 부리다가 망신을 사고 역사에 더러운 오명을 올려 가문에
묵명(墨名)칠을 하는 우를 범하니…ㅉ ㅉ

천하생 무록지인(天不生 無祿之人) 하늘은 녹없는 사람을 태어나게 하지 않고,
지부장 무명지초(地不長 無名之草) 땅은 이름이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워도 다 지 먹을 것은 타고나니 욕심을 부려묵명하지 말았으면…

2017년 11월 일 석암 조 헌 섭


소리새= 그대그리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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