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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황사가 그립다. 10년 전 봄철 불청객이 황사라면 지금은 미세먼지다. 누런 바람은 뜸해지고 칙칙한 회색 안개는 잦아졌다. 둘 다 불편하고 건강을 해치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황사는 100% 중국산 흙바람이다. 고비사막과 황허(黃河)강 상류 황투(黃土)고원 같은 내륙 건조지대에서 피어난다. 겨울철 얼어붙어 있던 흙과 모래가 봄볕에 달궈진 상승기류를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 동쪽으로 흐른다. 한번에 100만t 이상이 움직이는데 이 중 4~8%가량이 한국 땅에 낙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입자는 머리카락 굵기(0.01㎜)의 5분의 1 이하로 비교적 굵다. 미세먼지는 고향부터 불분명하다.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 그 비율이 어떤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출처도 공장 매연, 발전소 분진, 자동차 배기가스, 고등어 굽기까지 뒤섞여 있다. 크기가 황사의 절반 이하, 심지어 수십 분의 1이어서 눈으로는 분간할 수 없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싶으면 겨울에도 수시로 나타나는 점도 황사와 다르다. 따지고 보면 황사는 아예 백해무익하진 않다. 황토 가루엔 무기질이 풍부하다. 토양에 내려앉으면 식물의 영양분이 된다. 화산이 없는 태평양의 섬들엔 특히 귀중한 존재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이스터섬 모아이 문명이 멸망한 이유 중 하나로 ‘황사의 영향권에서 떨어져 있었던 점’을 꼽았다. 사람은 불편해도 땅에는 도움이 되는 셈이다. 사하라사막에서 피어오른 모래폭풍도 마찬가지다. 풍부한 인과 규소 성분이 무역풍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 밀림을 풍요롭게 한다. 이에 비해 미세먼지에는 티끌만큼도 유익한 점이 없다. 갈수록 짙어지는 초미세먼지는 눈이나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심장질환과 뇌졸중까지 일으킨다. 뇌까지 침투한 초미세먼지가 치매를 일으키고 병세를 악화시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함유된 중금속도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토양에 독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의 공기 질은 베이징·뉴델리와 함께 최악으로 꼽힌다. 외국과 비교해도, 몇 년치 숫자를 살펴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며칠 참으면 지나가던 황사가 그리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연구팀이 지난해 입국해 자료를 수집해 갔을까. 그림처럼 선명한 풍경과 산속처럼 맑은 공기까진 바라지 않는다. 마스크 없이 숨 쉬고 건강 걱정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모처럼 미세먼지가 걷힌 날, 벚꽃과 목련 빛깔이 유난히 곱다. 석암 조헌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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