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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효향(禽孝鄕) 정유년(丁酉年) 새해 인사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음력 삼월 삼짇날이다. 그 언제인가 방송에서 차에 치인 한 마리 제비 주검 옆에 뭇 제비들이 번갈아 날아와 감싸고 안아 일으키려는 과정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제비의 슬픔이 세계적인 감명을 불러일으켰으나, 생명 경시의 풍조가 만연하고 희비애락(喜悲哀樂)의 감정이 건포도처럼 말라 비틀어진 현대인의 좌표를 적시해 주는 제비의 슬픔… 뭐라고 한참을 울어대더니 싸늘한 시체(時體)는 반응이 없자 날아가 버렸다. 제비는 이처럼 금슬(琴瑟)이 아주 좋은 새로 알려져 왔다. 옛날에는 부부애(夫婦愛)가 좋은 집인지 아닌지는 그 집 처마 밑에 살고있는 제비를 보면 안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제비 보기가 참 어렵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지지배배 노래하던 연자(燕者)가 보이지 않는다. 삼월 삼짇날에 와서 초가집 추녀 밑에 둥지를 틀고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害蟲)을 잡아먹으면서 새끼를 키워 가을이면 강남으로 날아가는 사람과 친한 새다. 연미복(燕尾服)으로 날렵한 자태(姿態)를 뽐내며 여름 하늘을 비상하던 제비는 이제 사전(辭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새가 되어 버렸다. 제비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온 새라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제비의 윤리성향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라 다를 게 없다. 중국 봉화현에 동녀씨가 집에 깃들인 제비 한 쌍에게 먹이를 주고 제비 둥지를 받혀주곤 하였는데 해마다 그 제비는 동녀씨 집으로 찾아와 둥지를 틀곤 하였다. 동씨녀가 처녀 적에 남쪽 창 위에 깃들인 제비 한 쌍에게 조석으로 먹이를 주고 대나무를 엮어 제비집을 받쳐 주곤 했는데 제비가 3년째 돌아와 동씨녀가 없는 것을 알고 울어 무덤으로 인도하자 동녀씨가 죽은 것을 알고 그의 무덤을 돌며 둥지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구슬피 울었다. 그 이튿날 동녀씨의 무덤을 가보니 한 쌍의 제비는 무덤가에 죽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지명이 금효향(禽孝鄕)이라 하여 ‘새가 효도한 고을’ 이라는 뜻이다. 제비는 나는 새 중에 가장 빠르다고 인식되어 한(漢)나라 때에 마답비연(馬踏飛燕)의 조각품이 만들어져 곳곳에 세워지게 되었다. 마답비연(馬踏飛燕)이란, 가장 빠른 제비를 턱턱 밟고 달리는 천리마(千里馬)를 상징하는 것인데, 그 시대에서는 제비만큼 빠른 전쟁(戰爭) 말을 상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흥부전에서 제비는 보은의 상징(象徵)으로 등장한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성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비가 날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복구의 전설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그 위를 날며‘스발라!스발라!’하고 위안하고 다녔다 해서 위안의 새를 뜻하는 스발로(svalow? swallow)로 변하였다고 한다. <東은 東-西는 西>가 아닌 동서여일(東西如一)의 제비관(觀)이다. 또 수컷을 잃은 암컷 제비는 이듬해에 반드시 홀로 돌아오는 수절(守節)을 보였으며, 또 여자가 게으른 집에는 제비가 깃을 틀지도 않았는데 행여 깃을 틀었다가도 도중에 깃을 비우고 돌아간다고 한다. 이럴 경우엔 그 집안에 변고(變故)가 생긴다고 한다. 중신아비가 예비신부의 집에 들 때 맨 먼저 처마를 훑어보고 제비집이 있나 없나, 있으면 제비가 살고 있나 없나를 보고 그 집 규수의 장래를 가늠했으니 곧 함께 생활(生活)하고 살았던 제비의 예지능력(豫知能力)을 생활화하고 살았던 조상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갖고있는 제비에 대한 연상(聯想)이나 함수(函數)가 영 딴판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이다. 중국 한(漢)나라에서 가장 미인으로 조 비연이 있었다. 비연은 날렵하기가 제비와 같아서 황금을 먹인 거미에서 생산된 금실로 짠 스타킹을 신고서 한 무제의 손에서 춤을 추었다는 작장중무(作掌中舞)라는 고사가 있다. 사랑의 영원불변함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새로 제비기 등장 한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연상(聯想)을 할 수 있다. 옛날 서당(書堂)마당 서답줄에 제비들이 모여 앉아 논어(論語) 구절을 외우고 있는소리같은! 지지위 지지 부지위 부지 시지야(知知爲 知知 不知爲 不知 是知也)라! 아는 건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217년 음력 삼월 삼짇날 석암 조 헌 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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