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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얼' 찾는 4대 박물관

by 석암 조헌섭. 2015.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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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찾는 4대 박물관…대구의 역사·민족운동·유물·예술 등 '大邱人의 정신' 생생히  




대구근대역사관 내부. 동촌 K2비행장에서 팔공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마릴린 먼로, 중년시절의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가족사진과 최계란이 취입한 ‘대구 아리랑’ SP음반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내부. 1907년 2월27일자 대한매일신보 3면 잡보에 실린 운동 관련 기사 원본이 전시돼 있다.

대구향토역사관 내부. 대구부 판관 이서의 간찰이 전시돼 있다.


대구는 결코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 대구는 서울을 제외하곤 최고의 도시였다. 서문시장 상권은 물론 어마어마한 섬유인프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교육의 도시’라서 수재가 속출해 서울을 쥐락펴락했다. 옛 어른들은 대구 사람의 기질(깡아리)을 ‘야성(野性)’과 결부해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젠 ‘비실대는 대구’가 돼버렸다. 광역시 중에서 가장 뒤처져 있다. 이 기회에 대구의 미래를 위해 시민들이 대구 재도약을 위한 얼 찾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얼찾기? 어디에서. 위클리포유가 ‘대구 얼을 찾아주는 4곳’을 제시한다. 자녀들과 함께 투어를 하면 분명 아이의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네 곳 모두 주차 공간이 거의 없으니 차는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대구읍성 축소 모형,
이승만 부정투표 용지,
국채보상운동 전말,
관풍루의 잡상,
대구아리랑 SP음반,
마릴린 먼로 사진,
1900년 서문시장 모습,
삼성 이병철 가족 사진,
이상화와 함께하는
계산동 여행 등등


놀랍고 유익한 자료
보는 재미에 빠져
자녀 교육장소로 최고


◇…전국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토성이 있는 곳, 달성공원을 찾았다. 대구를 알기 위해 맨처음 여기로 온 것은 바로 대구향토역사관이 공원 바로 왼쪽에 있기 때문. 상당수 시민은 달성공원은 알아도 역사관은 모른다. 여기 오면 2만~1만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의 개략적인 역사를 챙길 수 있다.

기원 원년 전후 진한 및 변한 24국 중 한 읍락국가로 발전한 대구. 이후 5세기말~6세기초 신라에 복속된다. 신문왕 9년(689)에는 신라 도읍을 대구(달구벌)로 옮기려고 했을 정도로 대구의 비중이 컸다는 걸 상식으로 알아둘 것. 임진왜란 후 선조 34년 대구가 군사적 요충지임을 감안, 1601년 경상감영을 설치한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 1960년 4·19의거의 도화선이 되는 2·28학생의거의 배경 지식을 이곳에서 얻을 수 있다.

역사관은 97년 개관한 이래 모두 2천500여점의 관련 유물을 모았고, 현재 두 개 전시장에서 500여점을 상설 전시한다. 입구에 서면 독수리와 사자 박제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1층 전시장 왼쪽에 대구읍성과 경상감영 380분의 1 축소 모형에 전기장치를 설치해 현재 위치와 비교해 볼 수 있게 해놓았다. 1층은 선사시대~1960년대 대구역사의 흐름을 정리해주고 있다. 달성십경이 뭔지 알려주고, 대구부 지도를 대리석 바닥에 음각해 뒀다. 선사시대 문화유적 분포도, 대구역사 2만년 연표도까지 있어 학습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부정 투표용지 등 50년대 선거홍보물, 이승만 대통령의 부통령 지명에 관한 담화문, 대구사범학생들의 비밀기관지 반딧불(1940년), 1930년대 중앙통에서 바라본 대구역 모습, 1918년 1만분의 1 대구지도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50년 9월12일자 영남일보도 볼 수 있다.

2층 2전시실에서는 대구의 농업, 상업, 교육, 약령시, 경상감영 지식을 익힐 수 있다. 이밖에 홍수 예방을 위해 신천의 물길을 현재처럼 바꿔놓은 대구부 판관 이서(1732~1794)의 간찰, 경상감영의 직제와 시설, 감영에서 주조한 상평통보, 대구부 백성들의 진성서 등이 있다. 1층만 보고 가는 이가 많은데 2층을 반드시 챙겨야 된다. 관람료 무료. 오전 9시 ~ 오후 6시. (053)606-6421

◇…대구 정신이 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있다. 바로 1907년 1월29일 대구광문사(현 상공회의소 전신으로 수창초 후문 대성자 자리)에서 독립지사 서상돈·김광제의 발의로 일어난 1천300만원 나라빚갚기 운동인 ‘국채보상운동’.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운동의 기승전결에 대한 지식을 원스톱으로 알려준다.

국비 20억·시비 20억·모금액 10억원 갖고 기념관을 짓고 지난해 10월 개관했다. 관리 주체는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2002년 발족).

학자들은 이 운동을 한국최초 근대학생운동, 언론캠페인운동, 금연운동, 국민적기부운동, 근대여성운동의 효시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운동 관련 상식은 바닥권. 하지만 이곳에 오면 시청각자료를 통해 상세하게 배울 수 있다.

1907년 1월29일 대구 광문사에서 일어났고, 2월21일 대구 서문 밖 수창사에 국채지원금수합사무소가 설치되면서 운동이 본격화된다. 북후정(현 대구시민회관)에서 대규모 군민대회가 개최되었고 여기서 ‘국채를 갚기 위해 3개월간 담배를 피우지 말고 그 대금을 수납하자’는 연설도 있었다. 연이어 앉은뱅이 걸인 정만권, 기생 앵무, 백정, 마부, 주모, 날품팔이 등까지 나섰는데 첫날 500원이 모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또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이 평양 명륜당에서 군중연설한 뒤 서상돈에게 관서지부 창설과 지부장 임명을 요청했고 후에 관서지부장이 된다. 그는 진남포의 사립영어삼흥학교에서 34원60전을 모아 의연금으로 보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칠곡군은 이례적으로 17개면이 한 집도 빠지지 않고 동참했다는 서류도 볼 수 있다. 또한 1907년 2월27일자 대한매일신보 3면 잡보에 게재된 운동 취지 관련 기사 원본도 전시해놓았다. 이밖에 운동에 동참을 권유하는 회문(통문), 국채보상지원금총합소 규정, 운동의 세부 전개과정을 알려주는 국채보상회 상채회 취지서 등 각종 기록물도 관람할 수 있다. 국채보상운동 확산지도를 버튼을 눌러 볼 수 있고 운동 관련 유적지도 확인할 수 있다. 김광제는 충남 보령시 웅천면 평리에서 태어나 1920년 마산, 서상돈은 김천시 지좌동에서 태어나 1913년 대구에서 서거했다.

1908년 7월까지 모금한 결과 모두 20여만원이 걷힌다. 국채보상지원금총합소에서 4만3천여원, 국채보상기성회에서 1만9천여원, 황성신문사에서 8만2천원을 거뒀다. 하지만 모두 경무총감부에 뺏겨버린다.

울컥하는 기분이 들면 제대로 관람한 거다. 입구에 ‘기부문화일번지’란 액자가 보인다. 귀한 자료가 있는 시민은 운동에 동참한다는 기분으로 기증하시길.

단체예약을 하면 학예사가 직접 안내해준다.

휴관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 오후 5시(12월~다음해 2월). 관람료 무료. (053)745-6753.

◇…대구우체국 북쪽 맞은편. 평소 성채처럼 보였던 옛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1932년 준공). 일본 건축물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잘 보여준다.

2003년 대구지정 유명문화 49호가 되는 이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은 1954년 산업은행 대구지점이 되고 2008년 대구도시공사가 기증받았다가 2011년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관리하는 대구근대역사관으로 거듭난다. 그동안 이 공간이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그런데 여기에 재밌고 유익한 전시물 여럿이 눈에 포착됐다.

1층에는 역사연표실, 경상감영 모형물, 대구역, 부영버스 영상체험실, 대구읍성, 국채보상운동, 대구만세운동, 6·25와 대구, 2·28민주운동, 대구의 교육문화, 대구의 문학과 음악, 대구의 산업화 과정, 박정희와 대구, 사진으로 보는 근대 대구모습까지 보여준다.

경상감영공원을 통해 건물 북쪽 입구로 들어갔다.

리모델링돼 예전의 칙칙한 느낌은 거의 없다. 1층 오른쪽에 감옥처럼 생긴 일제강점기 은행 금고 안을 훑어 볼 수 있다. 당시 사용하던 식산은행 열쇠도 진열해놓았다.

부영버스 체험실은 아이들에게 인기짱이다. 꼭 버스 안에 온 기분이다. 일제강점기 대구 주요 시가지를 3D 버전으로 투어할 수 있는 영상실이다. 부영버스는 1929년 7월1일부터 운행됐는데 시내 5개 노선이 있었고 이곳은 4호선을 재연했다. 화상도 깨끗하고 대구 사투리 차장의 안내 멘트가 더없이 정겹다.

버스에서 내리면 유리 진열장 속에 좌정한 토우처럼 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토기 한점이 보인다. 바로 경상감영 남문의 하나인 포정문 2층 누각이었던 관풍루 용마루에 올라갔던 잡상이다. 그 옆에 읍성 축조 때 사용된 돌이 있다.

빗소리 가득한 해묵은 노랫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축음기 소리인데 1936년 9월 밀리언 레코드사에서 만든 ‘대구아리랑’ SP 음반이다. 취입한 가수는 가야금 병창에 능한 최계란이었다. 대구아리랑을 실제 들어본 시민이 몇명이 될까 싶다. 그 옆에 지금 타도 될 것 같은 인력거가 보였다.

뜻밖에 귀한 사진 몇 장을 볼 수 있었다. 풍문으로만 떠돌던 미국 육체파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6·25 대구 방문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사진이다. 동촌 K2 비행장에서 팔공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사진 두 장인데 1954년 2월19일 일본에서 신혼여행 중이던 그녀는 동촌과 포항 주둔 미해병 1사단을 위문했다. 멀리 보이는 초가가 묘한 울림을 준다.

또한 1937년 7월13일 오전 9시45분 헬렌 켈러 여사가 대구역에 도착해 대구공회당(현 대구시민회관)에서 강연을 했다는 사실도 여기서 알았다. 이밖에 1930년대 대구항공사진, 1900년 스펙터클한 서민시장 대형 사진도 볼 수 있다. 1951년 자택 앞에서 가족과 기념촬영한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의 중년 때 사진에도 눈길이 오래갔다. 또한 100년 전 대구와 현재 모습을 비교할 수 있도록 사진 70여장을 터치스크린에 수록해놓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기획전인 근대한국인의 삶과 풍속을 볼 수 있다. 일상에서 도저히 만나기 힘든 그때 사진을 보여준다. 일제 때 공출용 사기그릇, 휴대용 도시락, 조선총독부 교과서, 대구 무영당 광고지, 학교종, 일제강점기 해수욕장 모습 등….

효율적 관람을 위해 자동안내기를 차고 걸어가면 기계가 자동으로 설명해준다. 관람료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동절기 오전 9시 ~ 오후 8시. (053)606-6430

◇…지난 3월 민족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서상돈 고택 바로 서쪽에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桂山藝家)’가 개관을 했다. 이곳은 대구근대골목투어의 출발점.

계산동·남성로·남산동 일대는 20세기초 한국 근대문화를 이끌었던 향토 예술가와 민족지사의 삶터와 맞물려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다.

한국 근대문학의 여명기를 열었던 이상화 시인, 소설가 현진건, ‘대구시민의 노래’를 지은 백기만 시인, ‘물새한마리’를 지은 아동문학가 윤복진, 근대서양음악의 기틀을 마련한 박태준·권태호·현제명·김문보, 대구 서양미술의 토대를 다진 이상정·박명조·서동진에 이어 천재화가 이인성의 활동무대였다.

계산예가의 ‘계산’은 계산동을 의미하는데 조선 중기 명나라에서 귀화한 장수 두사충 일가의 세거지도 계산동이었다. 그가 뽕나무를 많이 심어 이 일대는 일명 ‘뽕나무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다. 계산성당과 제일교회가 맞물린 근대 기독·가톨릭 1번지로도 불린다.

대지면적 313.9㎡ 연면적 126.14㎡ 규모로 조성된 예가는 영상관-한옥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위에 거론된 인물과 관련된 사료 및 자료를 보여준다.

일단 영상관에서는 10여분 간 이상화·서상돈고택, 3·1만세운동길, 청라언덕, 계산성당, 약령시 등을 소개하는 ‘이상화와 함께하는 계산동 여행, 계산동의 어제와 오늘’을 음미한다.

이와 함께 다섯 개의 패널을 통해 대한제국시대, 일제강점기, 해방과 6·25전쟁, 산업화시기 이후에 대한 시대사를 영상과 연표로 제공하는 전시실도 마련됐다. 영상관 뒤편에 마련돼 있는 한옥 전시실에서는 그림과 사진엽서로 대구근대를 만날 수 있고, 근대 예술인의 작품을 검색·출력할 수 있다. 대구가 낳은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적인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의 그림도 출력해 방문기념품으로 가질 수 있다. 전자방명록, 상화시비 및 3·1만세운동길, 스탬프 찍기 등 체험실도 마련됐다.

계산2가 83-1. 관람료 무료. 오전 9시 ~ 오후 6시. 설과 추석만 휴관. (053)661-3323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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