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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구구 소한도[九九消寒圖]

by 석암 조헌섭. 201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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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소한도[九九消寒圖]
 
그 좋은 매화향과 달래, 냉이, 씀바귀 삼총사 어느덧 듯 없이 흘러가고 입하[立夏]가 지나 초여름으로 다가오나 보다.
매일같이 아침산행을 하다 보니 여름은 땀이 많이 나서 매일 샤워하기도
 나이가드니 귀찮을 지경이다.
 
당나라 현종은 안녹산[祿山]의 난으로 양귀비[]를 잃은 후부터는
계피학발[鷄被鶴髮]처럼 초췌한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나이가 들어가니 노후지지[老後之地]가 걱정이 되고 불안하기까지 한다.
 
이름 모를 심산[心山] 어디쯤 초당 하나 지어놓고 매학[梅鶴]을 벗 삼아
 지낼 수 있었으면…
 
옛날 중국 송나라에 임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평생 홀아비로 살면서 세속의 영리를 버리고  고적한 가운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사는 시인[詩人]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유정[幽靜]하면서도 청고하였는데
시로서 이름나는 것을 싫어하여 서호 근처에 홀로 살았다.
호수에 나아가 조각배를 띄우고 명경을 찾아 유한한 정취[情趣]를 즐겼는데
자신이 머물고 있는 초당[草堂] 주위에 수많은 매화나무를 심어놓고
학[鶴]을 기르며 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매화 아내와 학 아들을 두었다 해서
 매처학자[梅妻鶴子]라 부르게 되었다.
 
 
산원 소화 [山園 小梅]
 
임 포(林逋) 
중방요락독훤연[衆芳搖落獨暄姸] 모든 꽃들 졌는데 홀로 화사하게 피어
 
점진풍정향소원[占盡風情向小園] 풍정을 독점하고 소원으로 향했네


소영횡사수청천[疎影橫斜水淸淺] 물 맑고 얕은 곳에 성긴 그림자 기울었고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 달빛 황혼 속에 은근한 향기 감도네


상금욕하선투안[霜禽欲下先偸眼] 흰 새가 내려오다 먼저 훔쳐보고  
분접여지합단혼[紛蝶如知合斷魂] 흰 나비도 알면 마땅히 애끓으리라
 
행유미음가상압[幸有微吟可相狎] 다행히 나는 시를 읊어 서로 친할 수
                                            있으니                                          
불수단판공금준[不須檀板共金樽] 단판이나 금 술잔이 필요치 않으리라.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옛날 선비들은 봄의 속살이 보고 싶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렸다.
 
가장 추운 동지(冬至) 다음날부터 헤아려서 81일 간을 구구(9x9)라 하고
 
그 수만큼 매화를 그려놓고 하루 한 개씩 홍매화로 채색하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았다.
 
 81일째가 되는 경칩(驚蟄)과 춘분(春分)의 중간, 양력 3월 12일경에 소한도
 
(消寒圖)를 걷어내고 뜰 앞에 핀 매화를 맞이했으니 선비다운 멋이요 풍류
 
였다.


매처학자[梅妻鶴子]를 가장 깊이 사숙한 분이 바로 퇴계[退溪] 선생이다.
퇴계는 임포의 매화와 일치된 삶을 본받고자 하면서 매화 시를
가장 많이 남겼는데 서재에는 항상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란 그림을 벽에 붙여놓고 봄을 기다렸다.
  
퇴계[退溪]는 평소에도 솔, 대, 매화, 국화, 연의 다섯을 벗으로 삼아
 자신까지 포함하여 여섯 벗이 한 뜰에 모인 육우원[六友園]을 꿈꾸었다.
임종때에도 시봉하는 이에게 분매에 물을 주라고 할 정도였다나…
 
날씨가 무더우니 사군자를 만날 겸 매화꽃 피는 계절이 오기를 기다려진다.
산행하는 사람에겐 춥지도 덥지도 않는 딱 좋은 계절인 걸…
 
2015년 5월 26일
석암 조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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