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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횡행개사(橫行介士)

by 석암 조헌섭. 201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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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행개사(橫行介士)


게와 원숭이가 떡을 해 먹는데,
떡이 다 되자 원숭이가 가로채어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나무위로 올라간 원숭이는 게를  놀려대며 혼자 떡을 먹다가 그만
 땅에 떨어뜨렸다.
 게는 잽싸게 그 떡을 주워서 굴속으로 숨어버렸다.
순식간에 전세가 반전된 것이다.

원숭이는 꾀를 낸답시고 엉덩이로 게가 들어간 굴을 막고는 ‘뿡’하고 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게가 집게발로 원숭이 엉덩이를 물어뜯어 버렸다.
이런 연유로 오늘 날까지 원숭이 엉덩이에는 털이 없이 빨갛고,
 게의 집게발은 원숭이 털이 그냥 붙어 있다.

게는 한자로해[蟹]라고 한다.

이른 가을에 매미가 허물을 벗듯 벗어난다고 하여 게를 뜻하는 한자에
 벌레 虫자가 들어간다. 

또한 게를  옛 선비들은 ‘창자 없는 신사’라 하여안국선의[安國善]님의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에보면,  
무장공자(無腸公子속아지 없는 동물)로 등장 한다.  평생 창자 끊어지는
 아픔을 모르고 사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 

 횡행개사(橫行介士)라고도 하는데, 이는 게가 앞으로 걷지 못하고
 옆으로 걷기 때문이란다.
게걸음음은 속아지가 없어 야무지지 못하고 비실거린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품을 물고 집게발로 상대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게는 등에 딱딱한 껍질을 이고 사는 갑각류이니 그 딱지는 한자로 갑[甲]이 된다.
즉 게의 껍질인 갑은 천간(千干)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의

번째이니 바로장원급제[壯元及第]를 의미[意味]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이해[理解] 할 만하다,


또한, 못된 인간들로 인해 어지러워졌다며 비판한 국선 유학 작가
 안국선님이 동물에 비교해 쓴 글을보면,

까마귀=어미에게 먹이를 먹여 봉양하는데 사람이 부모에게 불효 하는

자는 까마귀보다 못하고
여우= 외세에 의존하여 동포를 압박하는 모습은 여우보다 못하며
개구리=우물 속 개구리가 바닷속을 논한다. 외국 형편을 모르고,

천하대체를 살피지 못하면서아는 척하고 분수를 지키지
못하며잘난 척 하는 인간들… 

벌 = 꿀은 양식이요, 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나, 인간의

말은타락하기 끝이 없어서로 미워하고 속이는 인간이 되었고,
게 = 창자가 없으니 지조와 절개가 없다 뭐라 하지만, 인간은

창자가있으나다 썩어 지조와 절개가 없어 외세에 의존한다.

파리= 이익을 위하여 악착같이 여기저기 왕래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빗대어 하는 말이고
호랑이=호랑이같이 무서운 정치 인간의 흉포, 잔인함 포악한 정치와

폭력을 비판하며 

원앙= 쌍쌍이 들락거린다. 불건전한 남녀관계 음란한 인간의 성품을

비판 한다니…
동물들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저급한 모양이 어디 이 뿐이랴!
 동물과 인간의 본능은 동일할 진데 탈을 쓴 모양은 천양지차 일 듯,



[김홍도의 게그림]
하지만 김홍도[金弘道]는 한발 더 나아간다.
해룡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
"바다 속 용왕님 앞에서도 나는야 옆걸음 치네!"

"권력[權力] 앞에서도 제 모습 생긴 대로, 뜻을 굽히지 않는 절개있는
 선비로 나타냈다."
게는 게걸음 할 뿐인데. 사람 눈에 모두‘예스’라고 할 때 혼자‘노’라고 
하는 강골[强骨]의 이단아처럼 보였는가 보다.


"왕 앞에서 쭈뼛거리지 말고천성을 어그러뜨리지 말고되지 않게
 앞뒤로 버정거리며 이상하게 걸을 것이 아니라제 모습 생긴 대로
 옆으로 모름지기 옆으로 삐딱하게 걸을 것이다"라는 의미다.
횡행개사(橫行介士)는 게의 별칭인데 게는 말 그대로 옆으로
 횡행한다는 말이고 개사는 강개(慷慨)한 선비란 뜻이다.

요즘 정치현실에 딱 맞는 정문일침(頂門一針)이다.
그렇다면 요사이 정치인[政治人]들은 어떨까권력이 무엇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 권력 앞에서는 사람의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일까?
출사표를 던질 때의 마음은 어디 가고 자신의 목소리도 없다.
대의명분[大義名分]도 없이 오직 집단이기주의[集團利己主義]의
 이익을 위해서 벌이는 비굴[卑屈]한 모습이 부끄러운지도 모른다.

요즘 정치인들도 출사하는 마음가짐을 게 에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게는 용왕님 앞에서도 기개 있게 옆걸음질 치는 무사[武士]라는것,
 게의 딱딱한 껍데기는 갑옷, 뾰족한 집게는 창을 상징한다.
 꽃게철이면 연평 앞바다의 꽃게전쟁. 중국 배들만 살판났다.
우리 어민[漁民]들은 애간장이다 녹는다.
선말 윤희구는 무장공자[無腸公子 창자가없는 귀공자]를 보며 칠언시 한
 구절을 남겨 놓았다.

만정한우 만정추[滿庭寒雨 滿庭秋]-뜰에가득 차가운 내려 온통가을인데 
덕지종횡 암자유[得地縱橫 任自由]-제 땅 얻어 종횡으로 마음껏 다니누나.
공자무장 진가선[公子無腸 眞可羨]-창자없는 게가 참으로 부러우니
평생불식 단장수[平生不識  斷腸愁]-한평생 창자 끊는 시름을 모른다네.

2015년 5월19일
석암 曺 憲 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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