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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128)

래암 정인홍(來庵 鄭仁弘) 선생 일대기

by 석암 조헌섭. 201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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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조 참판 정인홍(鄭仁弘)이 상소하기를,

“신이 멀리 남쪽 지방에 있으면서 옥후(玉候)가 미령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난 봄부터 뜨음하여 일을 전일처럼 결재하여 적체하지 않는다고 하니 신의

생각으로는 의외에 생긴 병이므로 당연히 물약(勿藥)의 기쁨이 있으리니 약을 쓸

 없다고 여겼습니다.

세월이 쌓여 10월에 이르러 옥후가 더욱 미령하시다 하니 중외가 당황하고 원근이

근심하였는데, 열흘이 못되어 즉시 회복된 경사가 있으니 이는 실로 천지가 도운

 것이고 신명(神明)이 돌본 것인바, 종사의 다행함이 어떠하다 하겠습니다.

삼가 듣건대 평일에 아직까지 원증(元證)이 한결같다는 하교가 있었다고 하니,

 먼 지역에서 전해 듣고 몹시 민망스러움과 염려됨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신은 영외(嶺外)에 있어 서울과 거리가 거의 천리나 되고 나이는 70이 넘어

안으로는 쇠퇴함이 극심하고 밖으로는 질병이 침범하여 시골에 움츠려 있으니

기력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약(侍藥)하지 못했으니, 죄가 매우 중하여 회피할 바가 없으므로 

북쪽의 대궐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신이 국가의 후한 은혜를 받고 보답할 길이 없는데, 조만간 죽는다면 지하에서

무궁한 유감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지금 비록 스스로 조정에 나아가 충성을 바칠

 수 는 없지만 어찌 성명(聖明)의 시대를 만나 상소 올리는 것을 두려워하겠습니까.

 혼자 생각건대 성후(聖候)가 아직 다 쾌차하지 않으셨는데 갑자기 미친 말로

 성상께 아뢰니, 신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으나 어찌 마음 속으로 불안함을 알지

못하겠습니까.

다만 종사의 위험한 상황이명확히 눈 앞에 있고 국가 존망의 기미가 조석에

박두했으니 입을 다물고 있지 못하겠으므로 죽음을 무릅쓰고 입을 열어 거의

 죽게 된 시기에 국가에 보답하려는 것이고, 고식적으로 부시(婦寺)의 충성을

하여 덕으로 임금을 사랑한다는 대의(大義)에 아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전하께서는 굽어 살피소서.

신이 삼가 도로에서 듣건대 지난 10 13일에 상께서 전섭(傳攝)한다는 전교를

 내리자 영의정 유영경(柳永慶)이 마음 속으로 원임 대신을 꺼려 다 내어 쫓아서

 원임 대신들로 하여금 참여하여 보지 못하게 하였고 여러번 방계(防啓)를 올리고

 유독 시임 대신(時任大臣)과 공모하였으며 중전(中殿)께서 언서(諺書)의 전지를

 내리자

 ‘금일 전교는 실로 여러 사람의 뜻 밖에 나온 거사이니 명령을 받지 못하겠다.

즉시 회계(回啓)하여 대간으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하고 정원과 사관

(史館)으로 하여금 성지(聖旨)를 극비로 하여 전출(傳出)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니,

영경은 무슨 음모와 흉계가 있어서 이토록 남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까.

, 중전의 깊고 진실한 분부는 전하의 뜻을 깊이 몸받았으니 국가를 위한 원대한

 계획은 비록 옛적 송()나라의 고후(高后)·조후(曺后)와 한()나라의

태후(馬太后)·등 태후(鄧太后)처럼 어진 황후도 이보다 더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영경이 힘을 다해 가로막고 꺼리는 바가 없었으며 마땅히 비밀로 하지 않을

 성지(聖旨)를 극비로 하고 내쫓지 않을 원임 대신을 내쫓았으니 중외(中外)에서

 전해 듣고 여정(輿情)이 놀라고 분개합니다. , 국사(國事)는 한 집안의 사적인

일이  아니므로 원임 대신이 참여하여 듣는 준례가 있습니다.

영경이 원임 대신을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은 무슨 뜻인지 신은 알 수가 없습니다.

 임금께서 연고가 있으면 세자가 국가를 감독하는 것은 고금의 통례입니다.

 영경이 여러 사람의 뜻 밖이라고 말한 것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신은

알 수가 없습니다.

대간이 듣지 못한다면 국정(國政)이 아니고 사적인 일입니다. 정원과 사관이 함께

 비밀로 하였으니 이는 사당(私黨)이 있는 것만 알고 왕사(王事)인 줄은

 알지못한 거사입니다.

신이 상세히 진달하겠습니다. 전하께서 종사의 중대함을 깊이 생각하고 옥후(玉候)

 헤아려 세자에게 위임하고 한가히 조섭하려 하셨으니, 성명(聖明)의 하교가 청천

백일(靑天白日)과 같습니다. 신민들이 마땅히 함께 듣고 만물이 모두 보아야 하는데

더구나 원임 대신으로서 참여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그들의 음흉하고 속인 작태와

심사를 멋대로 부린 정상은 불을 보듯 환하여 엄폐할 수 없습니다.

, 영경은 실로 간사한 자이지만 원임 대신들도 어찌 잘못이 없겠습니까. 정사에

이미 참여하여 들을 수 있었다면 어찌 영경의 방자함을 듣고도 묵묵히 쫓겨나기를

 마치 양떼처럼 할 뿐입니까. 대저 일이 있으면 반드시 빈청에서 널리 의논하는

것은 바로 권간(權奸) 횡포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인데 끝내 이와 같다면 장차

저런 정승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심지어 여러 사람의 뜻 밖에 나온 것이라고 말하였으니, 이른바 여러 사람의 뜻이란

무엇을 지적한 것입니까. 만약 사당(私黨)이 원치 않는 바였다면 다만 소수 무리들의

음모와 간계(姦計)로 여러 사람의 뜻이라 지적하여 임금의 이목(耳目)을 속인

것입니다.

만약 온 나라 사람들이 원치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면, 혹 전위(傳位)하고 혹 

섭정(攝政)하여 인심을 결집시키고 국가의 근본을 안정시키며 옥후(玉候)를 조섭하여

 완쾌되는 경사를 빨리 부르는 것은 조정 신하들의 뜻이고 서울 남녀들의 뜻이며 온

 지방 백성들의 뜻인데, 혈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같은 뜻을 여러 사람의 뜻이

아니라고 한 것이니 이는 현저하게 무군(無君)의 마음이 있어 감히 합조(?朝)

 울음을 자행하는 것입니다.

신은 감히 알지 못하겠습니다. 성상의 뜻을 먼저 정하고 여러 아들 중에서 선택하여

세자의 지위를 바룬 일이 전하께서 아들을 잘 알고 한 것이 아닙니까.

의인왕후(懿仁王后)가 자기 소생처럼 무육(撫育)하여 옥책(玉冊)에 실은 것이 전하의

본 뜻이 아닙니까. 대가(大駕)가 의주(義州)로 갔을 때에 분조(分朝)를 명하여

대조(大朝)와 소조(小朝)라 이름하고 감국 무군(監國撫軍)을 위임하여 백관들이

신하라고 일컫게 한 것이 전하의 분명한 분부가 아닙니까. 들어와 병을 간호하라

 명하고 ‘생각해도 이에 있고 다른 자를 구해봐도 이에 있으며 명언(名言)도 이에

있고 성심(誠心)도 이에 있다.

여긴 것이 전하의 훌륭한 생각이 아닙니까. 세자가 입시(入侍)한 후로 밤중에 눈물을

 흘리며 이슬을 맞고 서서 하늘에 원성(元聖)의 명()을 빌은 정성은 전하께서

아시는 바가 아닙니까. 대저 이 몇 가지 일은 성상의 마음으로 사랑한 바이고

하늘이 본 바이며 온 나라 사람들이 아는 바인데, 영경의 이간질이 이와 같으니 이는

 세자를 업신 여긴 것이고 천하를 배반한 것입니다. 옥체의 병이 비록 완쾌되지는

 않았으나 차츰 회복되는 것도 세자의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킨 소치입니다.

온 나라 백성들이 그 소문을 듣고 감읍하지 않는 자가 없어 모두가 ‘성상의 올바른

교훈이 이와 같고 세자가 효성으로 상하를 감동시킨 것이 이와 같으며 성부(聖父)

 현자(賢子)를 둔 것이 이와 같으니 국가의 복()이 무궁하다.’고 합니다.

물정(物情)의 다소(多少)로 말한다면 전섭(傳攝)하고 병환을 조리하는 일은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 원하는 바인데 나라 사람 이외에 다시 여러 사람의 뜻이 있겠습니까. 

그 말을 가지고 그 마음을 헤아려보면 후일 장차 스스로 사미원(史彌遠)이 되어

우리 동궁(東宮)을 제왕(濟王)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영경이 스스로 세자를

 해치려는 정상이 이미 폭로된 것을 알고 시기(猜忌)가 날로 극심하니 자신을 

  위한모략이라면 못하는 짓이 없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영경이 다시 우리 임금의 아들을 세자로 여기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형세는 장차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그 간사한 계책을 이룩하여 마음이

 상쾌한 뒤에야 말 것입니다.

삼가 조정에 의당 칼을 청하는 사람 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10월부터 지금까지

그러한 소식 듣기를 기다렸으나 그런 사람이 없으니, 현재 요로(要路)에 있는 자

모두가 영경의 사인(私人)으로 영경이 있는 줄만 알고 전하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며

 차라리 전하를 저버릴지언정 차마 영경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간으로서 말하지 않은 자는 영경의 조아(爪牙)이고 대신으로서 묵묵히 따르는 자는

  영경의 우익(羽翼)이며 정원(政院)과 사관(史館)으로서 사사로이 성지(聖旨)를 숨긴

 자는 영경의 복심(腹心)입니다. 전하께서는 대신들을 팔 다리로 삼아야 하는데

대신들이 이와 같고 대간을 이목(耳目)으로 삼아야 하는데 대간이 이와 같으며

 정원은 후설(喉舌) 사관은 춘추(春秋)로 삼아야 하는데 정원과 사관이 또 이와

같아 전하께서는 위에서 고립되어 개미 새끼 하나 의지할 곳이 없고 어진 아들을

두고도 장차 보호하지 못하겠습니다.

신이 보건대 전하의 부자(父子)를 해치는 자도 영경이고 전하의 종사(宗社)

 

망치는 자도 영경이며 전하의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자도 또한 영경입니다.

 , 참으로 세자가 당초부터 선택되어 사자(嗣子)가 되지 않았더라면 또한 한 명의

왕자일 뿐입니다.

 어찌 동요시키고 위태롭게 하는 걱정이 이에 이르렀겠습니까. 이는 전하께서

 

 처음에는 선택하여 사자(嗣子)로 세우고 끝내는 불측(不測)한 곳으로 들여보내는

 것이니, 전하께서 일개의 흉신(兇臣)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장차 현사(賢嗣)에게 화() 끼치는 것을 면치 못하겠습니까.

송 고종(宋高宗)은 말세(末世)의 중주(中主)였고 또 질병이 없었으니 종실(宗室)

 

 아들 보안 왕(普安王)을 선택하여 사자(嗣子)로 삼고 인하여 손위(遜位)하면서

‘훌륭한 사람을 얻어 부탁하니 나는 여한이 없다.’고 하였는데, 사신(史臣)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특별히 기록했고 군자는 요순(堯舜)의 선위(禪位)라고 칭송하였습니다.

지금 세자가 권섭(權攝)하는 것은 친한 것으로 말하면 친생자이고 인품으로 말하면

 인자하고 효성스러운 덕이 있으며 시기로 말하면 옥후(玉候)가 미령한 때이기

 때문입니다. 효성스러운 친아들에게 옥후가 미령한 때를 당하여 전섭(傳攝)하고

병을 조리한다는 명이 있으면 대신들은 마땅히 순종하기를 제대로 못할까 염려해야

 하는데, 도리어 못된 마음을 품고 사()를 공()이라 하여 여러 사람의 뜻이

아니라고 하니 이런 짓을 한다면 무슨 짓을 하지 못하겠습니까.

더구나 지난번 난리 중에 소조(小朝)가 남쪽으로 내려가 무군 감국(撫軍監國)하여

 일국의 촉망을 오래 받았었는데, 대가(大駕)가 돌아오신 뒤에는 세자로 환위(還位)

하였으니 전일의 법규가 이미 이루어진 것이고 사리(事理)가 정대합니다.

지금 권섭(權攝)하는 것은 바로 옛 일에 비추어 시행한 것이라 조금도 의심할것이

 없는데, 영경이 속이고 저지하여 억제하고 남몰래 사주하며 멋대로 위협하고 내쫓아

 한 번의 눈짓으로 전고(前古)에 없었던 일을 행하였습니다.

흉악함이 김안로(金安老)보다 심하여 항간에서 그를 지목하여 앞으로 차마 말 못할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니 이는 바로 세력이 성하여 다스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영경이 이러한 짓을 하는 것은 전하에게 아첨하여 총애를 굳히고 국가를 멋대로

하려는 계획이 아닙니까.

이러한 것이 용렬하고 어두운 임금의 시대에 있다면 실로 멋대로 할 수 있겠지만

전하의 건강(乾剛)은 모든 사사로움을 굴복시키고 전하의 명석은 구석구석 비추지

않는 곳이 없는데 감히 이와 같으니 신은 매우 의혹스럽습니다. 실로 어리석고

 망녕된 자가 아니라면 아마도 혹 믿는 바가 있는 것입니다.

신은 들으니 《주역(周易)》에 ‘지나칠 정도로 방비하지 않으면 이어 해칠 것이니

 흉하다.’고 하였습니다. 삼가 전하께서는 종사(宗社)의 대계를 깊이 생각하시고

다시 과거의 전철을 거울삼아 간흉들의 정상을 명찰하시어 더욱 엄밀히 방비하고

 지나칠까 염려하지 마소서. 영경이 세자를 동요시키고 종사를 위태롭게 한 죄를

빨리 들추어 정당한 형벌로 다스려 계은(繼恩)과 창령(昌齡) 같은 간흉으로 하여금

 후일에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하여 국본(國本)을 견고히 하고 종사를 안정시켜

 억만년토록 끝없는 경사를 이룩하소서.

 만약 신의 말이 지나친 생각이라고

 여겨지면 먼저 망언(妄言)의 죄로 사형시켜 간사한 무리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소서. 그러면 신은 성명(聖明)의 밑에서 옳게 죽는

것이고 영경의 흉화(兇禍)에 죽는 것이 아니니 실로 다행스럽게 여길 일이고

한스럽게 여길 바가 아닙니다.

신은 실로 예로부터 권간(權姦)의 죄를 직언(直言)한 일에 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장강(張綱)이 양기(梁冀)를 탄핵하고 호전(胡銓)이 진회(秦檜)를 죽일 것을 청한

것으로 말하면 모두 음해(陰害)를 입어 혹심한 화를 당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옛 사람은 임금을 시해한 이웃 나라의 역적에 대해서 비록 늙어 벼슬을 그만둔 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토벌할 것을 청했는데, 더구나 본조(本朝)에 있는 임금을 배반하고

 가를 위태롭게 하는 흉적을 어찌 산직(散職)에 있다고 해서 입을 다물고

 성명(聖明)을 저버리며 불충한 신하가 되기를 좋아하여 스스로 천지

귀신의 책망을 범하겠습니까.

삼가 전하께서는 굽어 살피소서. 신은 지극히 황송함을 견디지

못하여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하니, ()자를 찍지 않고 도로 정원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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