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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팔불출[八不出]

by 석암 조헌섭. 2017.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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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출[八不出]
대구 앞산엔 개울물 내려가는 비는 오지 않고 짐통 더위로 전신이 허물 거린다. 
휴가철 때 대구 근거리에 있는 경주 안압지에 화중군자[‘연꽃’]도 볼 겸
 친구들과 부부동반 야외로 나갔다.

 안압지[]와 보문단지를 한 바퀴 돌아보니 술시(7~9시)가 되어
 안압지에 왔응께 오늘은 매생이 오리 용압탕집이 가기로 했다.
바다에 나는 매생이와 오리고기를 넣어 죽을 쑤듯이 끓인 탕이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숙취[宿]에 좋은 용압탕과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진다.


안압지 근처 용압탕을 먹으면서 압자 이야기가 쏟아졌다.

글께나 한 분이  압구정 이야기를 꺼내면서 논란은 더위만큼이나 불붇었다.
경주 안압지[]와 압구정[狎
안압지는 경주에 있는 기러기[雁]와 오리[鴨]가 자주 내려앉은데서 유래한
 말이라 한다.
 
압구정[狎]은 조선조 가장 위대했던 간신 한명회[]의 호이며 
휴정이다.
두 압자는 분명히 다르다.
안압지의 압은 오리압[鴨]자이고 압구정의 압은 친할 압[狎]자를 써서
갈매기를 희롱하는 정자라는 뜻이다.

이렇게 칠삭둥이 팔불출인 한명회가 이 더위 쇄주잔에 살아나서
염천지절[]을 또 한 번 끓이고 있다.
팔불출[八不出]이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디,
원래 이 말은 서원에서 시험을 볼 때 그들의 성적을 합격은 순[純], 불합격은 
불[不]로 기록했다. 

보통 여덟번 불[不]을 맞으면 퇴학을 당한다는 의미에서 
팔불출[八不出]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서원에 따라 오불출도 있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여덟 가지 집착하지 말라는 뜻으로 팔불취[八不取]
또는
팔불용[八不用]이라 하여 사람이 안고 있는 
생멸[生滅], 거래[去來], 일이[一異], 단상[斷常]의 8가지 부정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팔불출이 8개월도 안 되어 태어난 팔삭둥이 칠삭둥이라 일컫는데, 
우리는 흔히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자기 자랑하는 뇜, 마누라 자랑하는 뇜, 자식 자랑하는 뇜 등

팔불출[칠삭둥이]이면서도 모사[]와 지략으로 한 시대를 풍미[]
한명회는 가히 조선의 장량이라 할만한 인물이다.
그는 단종 복위운동을 발각하여 사육신을 도륙한 세조의 간신이면서 
또한, 처세에도 뛰어난 행정가로 오가작통법, 면리제 등 행정개편을 인물이다. 

면리제[面里制]는 근세기 까지 사용되는 행정구역이다.
오늘날에도 시골엔 면,리[面,]로 나누어 행정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한명회가 만년에 물새들을 희롱하는 압구정을 짓고
 
청춘부사직[靑春扶社稷]--젊어서는 종묘와 사직을 위해 몸 바쳤고
백수와강호[白首臥江湖]--늙어 머리가 하얗게 되니 강가에 누워 세상을 관조노라

이에 분개한 포의 이윤종은 
유정불귀거[有亭不歸去]--정자를 지어놓고 돌아가지 않았으니
인간진목후[人間眞沐猴]--이 인간 참으로 갓 씌운 원숭이 일세
한명회와 이윤종 놀음에 용압탕이 쫄여드니 쇄주잔이 비었구나.
전화하면 한 잔 따를랑가둘은 분명 압은 압인데

2017년 8월 일

석암 조 헌 섭
연꽃사랑-동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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