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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탁족지유[濯足之游]

by 석암 조헌섭. 201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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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지유[濯足之游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무덥다는 대서[大暑]와 가을 기운이  
 세 번이나 여름에게 굴복[屈服]한다’는 삼복더위의 절정인
말복[末伏]이 지났으나 아직도 한 낮엔 늦더위가 기성을 부리고 있지만,
 농민들에게는 오곡을 잘 여물게 하는 햇빛이 얼마나 고마운지…
 
기상청은 올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폭염주의보를 내렸는데
폭염[暴炎]주의보는 최고 기온 33도 이상 최고 열 지수 32도 이상인

 상태[狀態]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豫想]될 때 발표되고,
 최고기온  35도 이상 지속되면 폭염경보가 내려진다는데,
 
지구 온난화[溫暖化] 영향으로 올해도 전국이 삼계화택[三界火宅]이
 될 것이라 하니  걱정이었지만,
유난히도 무더웠든 말복 전 여름 휴가 반 달여 동안 강으로 바다로
피서지를 찾아 잘도 견디어 내었으니 올해는 전기 부족사태 없이 잘
지냈는가보다. 
 
이런 불가마 더위는 깊은 산 속에서 졸졸 흐르는 물에 발을
 씻으며[탁족] 시조[時調]나 한 수 읊으면 딱 좋은데---, 
 
탁족(濯足)은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건강[健康] 상식이다.
발은 온도에 민감해서 찬물에 담그기만 해도 시원해진다.
이는 흐르는 물이 발의 경혈[經穴]을 자극해서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고 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폭염이 계속되면 피서 법으로 탁족(濯足)을 즐겼다.
 
탁족지유[濯足之游]는 ‘발을 씻는 놀이’라 해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즐기던 여름 풍속[風俗]이다.
하지만 선비에겐 탁족놀이가 단순히 피서[避暑]나 더러워진 발을
 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로부터 내려오던 선비들의 이상과 군자의
 덕목[德目],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智惠]가 담겨 져 있다.

 탁족(濯足)의 의미는 전국시대[戰國時代]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에 나온다. 어부와 굴원[屈原] 사이의 문답[問答]을
 서술한 마지막 부분에는,
 
창량지수 청혜, 가이 탁오영[滄浪之水 淸兮, 可以 濯吾纓]
창량지수 탁혜, 가이 탁오족[滄浪之水 濁兮, 可以 濯吾足]이라 해서
 빙그레 웃으며 노를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을 것이라고 하면서 사라지니 다시 더불어 말을 하지 못했다.”
라는 구절을, 
후세 사람들은 이 부분을 특별[特別]히

〈어부가[漁父歌], 또는 창랑가[滄浪歌] >라 이름 지어 불렀는데,
 
왕에게 옳은 소리를 하다 벼슬자리에서 쫓겨나서 방랑[放浪]하는
 굴원에게 어부는 이 창랑가[滄浪歌]를 불러 주었는데,
그 뜻은 인간의 세계는 좋건 그르건 그 때에 따라 세속[世俗]을
 따라야 하며, 자신의 주장[主張]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는 것이
처세[處世]를 잘하는 것인데,
 
굴원처럼 초나라의 부패에 항거[抗拒]하여 청렴[淸廉]과 정의를
 주장[主張]하다가는 도리어 몰락한다는 어리석음을 풍자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굴원[屈原]은 결국 자기가 옳고
 세상이 틀린다고  하며 죽어서 이 세상의 모범이 되고
 간언[諫言]하겠다는 결의를 노래로 지어 남기고는 소상강물에
 투신하여 죽었다.
 
죽을 때 튀긴 피가 물가에 튀겨 그 주위의 대나무가 굴원[屈原]의 피로
얼룩져 
소상반죽[瀟湘斑竹]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하였으며 그때부터

 대나무가 선비의 절개를 나타냈다고 한다.
 
지금도 대나무 젓가락에는 소상[瀟湘]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소상반죽으로 만든 젓가락이라고 하여 
 올곧은 선비는 꼭 이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세상이 맑고 도[道]가 행해지면 세상[벼슬길]으로 나가
 그 뜻을 펼치고, 세상이 혼탁[混濁]해 졌을 때는 초야에 묻혀 자연을
 벗 삼는다[발이나 씻는다는 뜻이다].
 이를 줄여서 탁영탁족[濯纓濯足]이라 한다.

창랑[滄浪]의 물이 맑다는 것은 정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말하고,
창랑의 물이 흐리다는 것은 정의가 무너진 어지러운 세상을 말한다.
 
갓끈을 씻는다는 것은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을 뜻하며,
발을 씻는다는 것은 은둔자[隱遁者]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뜻이다.
 
맹자[孟子]는,“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고 하니
 이것은 물 스스로가 그런 사태를 가져오게 한 것이라며,”
(淸斯濯纓 濁斯濯足矣 自取之也) 라고 해석을 하였다.

 
행복이나 불행은 남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처신

 방법과 수양[修養] 여부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탁족은 언제든지 강물로 돌아가서 살 수 있는 선비의
 이상향이자 선비 자신의 내면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 옛 선조는 더위를 이겨내면서도 우주와 세상의
 진리[眞理], 자신의 내면에 대한 통찰[洞察], 지식인의 참다운 책무에
 대해 고민하였다.
  지금 현재 창랑의 물은 어떨까? 우리는 지금 나아가야 할 때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상향[理想鄕]을 갈고닦아야 할 때인지? 

즉 탁족지유[濯足之游]는 단순한 풍류가 아니라 마음속으로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며 뜻 높은 선비의 속세[俗世]를 벗는 정신을 본받는
 행동[行動]이 아닐런가? 
한여름 나무 그늘아래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선조[]님의
고결[高潔]한 사상[思想]을 생각하면 이 더위를 이겨내지 않을까?

2015년 8월 19일

석암 조 헌 섭



박양숙 =어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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