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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첫 눈 오는 날 (하얀 눈 이야기)

by 석암 조헌섭. 201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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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오는 날 (하얀 눈 이야기)”
 

지난 16일 설악산엔 첫눈이 내렸단다.오늘도 동해안으로는 첫눈이 내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내가 사는 대구엔 분지라 그런지 눈이 내리지 않는 곳으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첫 눈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온 세상을 하얗게 변화시키는 마력에 사람들은 소복소복 추억을 쌓아간다.
또한, 흘러간 옛 추억에 사로잡혀 눈을 밟고 서성거리면 무슨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錯覺]에 젖게 될 때도 있다. 


그레서인지 서설(瑞雪)을 보며 사랑과 소망[所望]을 담은 노래도 많다. 
싸락눈 내리면 춥고 함박눈 내리면 따뜻해질 징조[徵兆]란다.

지난 16일 설악산 대청봉에 첫눈이 내렸죠. 강원도내 스키장들도 눈을
 뿌리기 시작했고. 눈(雪)의 계절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첫눈은 누군가에겐 설레임, 다른 누군가에겐 짜증의 대상이기도 할 것이다.

눈은 무엇일까요. 우리 의식 속, 낭만[浪漫]의 대상으로 주로 여겨져 온
눈의 물리적 실체는, 또 눈을 둘러싼 인류 역사 기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조선시대에는 첫눈 오는날이 만우절[萬愚節]과 같은 날이었다.
왕실에서는 첫눈이 오는 날에 한하여 임금을 속일 수가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豐年]이 든다고 여겼기 때문에, 왕을 속여도
너그럽게 눈을 감아주는 우리 선현[先賢]들의 아름다운 삶을 엿볼 수 있다.

첫눈 내리는 날에 임금을 속릴 수 가 있었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지혜[智慧]로운 풍속[風俗]인가?
법도의 틀에서 벗어나 첫눈 오는날을 만우절로 정한 것은 대단한 지혜요.
멋과 낭만[浪漫]을 즐기는 것은 해방감을 즐기려는 선현[先賢]들의 재치다. 



간략하게나마 눈을 해부[解剖]해 보았다.
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구름 속의 수분이 얼어붙은 상태로 내리는 것을 ‘눈’이라고 한다. 

눈은 이들 중 얼음알갱이에서 시작된다. 각각의 얼음알갱이와 물방울이
 구름 속의 높은 수분 밀도 속에서 서로 충돌하며 점점 덩치가 불어나
눈의 결정이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눈결정들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지상[地上]으로 낙하[落下]하게 된다.

눈, 온도에 따라 성질 달라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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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내리는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水墨畵]를 연상시킨다.
함박눈의 큰 눈송이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공기 중 물방울이 눈 결정을
이어붙이면서 탄생[誕生]한다.

“함박눈이 내리면 따뜻하고 가루눈이 내리면 추워질 징조[徵兆]”라는
우리 옛말엔 과학적[科學的] 근거가 있다.
실제로 함박눈은 온도가 비교적 높은 온대지방에서 주로 내린다.

반대로 싸락눈은 기온이 낮은 한대지방에서 주로 내린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고운 싸락눈이 내리는 날 외출을
피하는 게 좋다. 

눈의 결정은 모두 다른 모양 [사진 윌슨 벤틀리 (1865~1931)홈페이지]
인류 최초로 눈 결정을 관찰[觀察]한 윌슨 벤틀리가 촬영한 눈 결정들.
“완전히 똑같은 눈의 결정[決定]은 단 하나도 없다.” 

흔히 학교에서 눈의 결정은 ‘육각형’이라고 배우지만 그렇지 않다.
 눈의 결정[決定]은 육각형 모양의 단순한 얼음 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완전히 똑같은 눈 결정은 없다’는 사실을 그는 이 사진들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세계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은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인근의
로키산맥 산악지역(미국 시애틀과 캐나다 벤쿠버 사이)이다.
1998~99년 겨울 동안에만 이 지역 배이커산 스키장 인근에는 무려
28m96cm의 눈이 내리며 계절 적설량 세계 기록[記錄]을 세웠다.

 연평균 강설량은 일본이 최고다. 일본 혼슈섬 북부 아오모리현 스카유
온천 일대는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7m64cm의 눈이 내렸다.
쌓인 눈의 깊이가 가장 깊게 측정된 곳 역시 일본[日本]이다.

혼슈섬 한가운데 교토와 나고야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시가현 이부키산의
고도 1200m 지역에선 1927년 쌓인 눈의 깊이가 11m82cm로 측정됐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가운데 연평균 강설량이 가장 많은 곳은
일본[日本] 홋카이도의 삿포로시다. 매년 5m95cm의 눈이 내린다. 

 우리나라에선 울릉도와 강원도 동해안, 소백산맥을 끼고 있는 전라북도
일부 지역이 이 조건에 맞아 떨어져 많은 눈이 내린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상청에선 24시간 동안 5㎝ 이상의 눈이 예상될 때
‘대설주의보’를, 20㎝ 이상일 땐 ‘대설경보[大雪警報]’를 발령한다.
인공눈이 처음 만들어진 건 1950년

 자연적으로 내린 눈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국내 스키장들은 대부분
인공적[人工的]으로 눈을 만들어 뿌린다.
많은 비용[費用]이 들어 복잡한 구조[構造]일 것 같지만 인공눈을 만드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물방울을 강한 압력의 공기로 대기에
분사하면 물방울 온도가 낮아지며 얼음알갱이로 변하는 원리다. 

대기 온도가 꼭 영하일 필요[必要]는 없다.
 인공눈이 자연설과 달리 가루눈 형태[形態]를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공눈을 만드는 데는 엄청난 물과 전기[電氣]가 소모[消耗]된다.
국내 스키장에서는 겨울 시즌 하루 평균1500만원 이상을 들인다.

내리는 눈을 보고 한 해 길흉[吉凶]을 점치기도 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겨울철 내리는 눈을 보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
‘눈점’을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초[最初]의 기록[記錄]은 고려시대 때이다.
조선시대에도 ‘12월에 눈이 많이 내려야 풍년이 온다’는 믿음이 강했다.
눈이 많이 내려야 보리 농사가 잘 되고, 5~6월 비가 많이 내린다고 여겼다.

이런 풍속[風俗]은 세심한 관찰을 통해 얻어낸 유용한 지식이었다.
실제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밭은 눈으로 인해 단열효과를
갖게 돼 뿌리가 썩지 않는다. 

눈이 녹으면서 각종 병충해가 제거되는 효과도 있는 데다 봄까지 토양의
수분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維持]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봄에 내리는
눈은 흉작[凶作]을 가져온다고 봤다. 

추운 겨울에 내리는 눈은 보리를 보호해 주지만,
 봄에 내리는 눈은 외부의 높은 기온을 차단해 보리를 얼어 죽게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태종 이방원[李芳遠]을 설레게 한 첫눈!

 “몸에 좋은 약이라 태상왕께 바치란 명을 받고 왔습니다”
1418년 10월 27일 조선의 수도 한양. 태종([李芳遠)의 부하가‘약’이
들었다는 작은 그릇을 들고 정종을 찾아갔다.
 “당장 저 놈을 잡아라.” 정종의 말에 그의 신하가 태종의 부하를 쫓기
시작한다.

어명을 받아 온 이를 뒤쫓는 난데없는 추격전. 혹시 그릇에 독약이
들어서였을까.
그릇에 담긴 건 다름아닌 ‘첫눈’이었다.
‘첫눈을 받은 사람은 한턱 내야 한다’는 고려시대의 풍습을 가지고
형인 정종과 동생인 태종이 장난을 친 것. 정종이 첫눈임을
 알아채고 찾아온 신하를 잡아 돌려보내면 태종이 정종에게 한턱을
내야 한다.

정종이 그릇을 가져온 사람을 “잡으라”고 한 건 그릇 안에 들어 있던 게
첫눈임을 알았기 때문일 게다.
‘호랑이 임금’의 대명사 태종 이방원도 첫눈이 올 땐 설렜던 모양이다.
그 후 조선 정조임금 때 만누일(晩淚日)이 였다. 

이는 기담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중국의 기담서 요재지이의
조선 반입을 금지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이 투옥되고 몇명은
죽임까지 당하였다고 한다, 

이들 중 한 명이 뛰어난 학식을 가진이가 유지가(柳趾家)인데, 이 소식을
들은 정조(正祖)는 유지가(柳趾家)의 아버지에게 7년이나 그 죽임을 숨기고
일 년에 한 번씩 연회를 베풀어 주었는데 이것이 조정 전체로 규모가
커져 명절[名節]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유지가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알고 눈물을 흘렸으나 정조임금의
배려[配慮]에 감복하여 이 연회[宴會]를 베푸는 직을 겸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 민족 만우절인 만누(晩淚)날(거짓과 허물을 용서해주는 날)의
 기원[紀元]이다. 

그러나 일제시대 때 한민족 말살 통치 방침에 따라 금지된 명절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인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외래의
만우절[萬愚節]만 남아 있다는 사실[事實]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4년 11월 25일昔暗 曺 憲 燮</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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