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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낭자(杯盤狼藉) 지금부터 26년 전 지리산 천왕봉(1994년 4월 24일)발대식을 시점으로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해온 대명동 대덕산악회 회원들이 올해 2월 첫주 거제도 산달도 삼봉 산행을 마지막으로 코로나 19때문에 반년이나 되도록 얼굴 한번 보지 못한 회원들이 눈에선 하다. 어디 그뿐인가 코흘리기 죽마고우(竹馬故友) 모임, 초등학교 동기회, 총 동창회, 향우회(鄕友會), 종친회(宗親會) 등 전부가 취소되었으니 언제다시 함께 모여 배반낭자의 시간을 가질 것인가?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낼랑가? 나이를 먹으면서 피덕거리는 기억의 바다를 물질하여 심저(心底)에 묻힌 추억을 건져 올리던 배반낭자의(杯盤狼藉)의 시간들! 배반낭자(杯盤狼藉)란! 배반(杯盤)은 흥취 있게 노는 잔치에 차려진 음식을 말한다. 낭자(狼藉)의 원래 뜻은 이리와 잠자리 깔개라는 말로 너저분하게 깔려 있음을 나타낸다. 합성하여 배반낭자(杯盤狼藉)라 함은 술 마시고 노는 잔치를 일컽는 말이다. 이는 제나라 위왕 때 이웃 초나라의 침략을 받은 위왕은 외교(外交)에 능한 순우곤(淳于髡)을 조나라에 보내어 원군을 요청했을 때 벌인 잔치에서 나온 말이다. 술시가 되면 취흥이 일어 남녀가 무릎을 맞대고 신발이 뒤섞이며 ‘술잔과 접시가 마치 이리에게 깔렸던 풀처럼 어지럽게 흩어지고’ … 조선의 대학자 정약용은 ‘보리타작’이라는 시(詩)에서 풍진객(風塵客)이 되어 타작을 하니 보리 알이 온 마당에 튀는 모양새를 보고 도낭자(都狼藉)라 하여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무엇 하러 벼슬길을 해매는가? 하였고, 조선 건국의 주역인 태종(이방원)은 고려 우왕 때 과거에 응시하여 문과에 합격해 선달이 되었으며 이를 자축한 행사가 배반낭자(杯盤狼藉)하였다고 하니 한국사에서 유일하게 과거에 응시란 군주(君主)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 방방(放榜)에 김한로(金漢老, 1358년 ∼ ?) 등 쟁쟁한 문인들이 있어 동년에 합격한 동기생들의 모임인 동년계(同年契)가 있었다고 하며 면앙정가로 유명한 소순(蘇洵,1009년 ~ 1066년)의 과거급제 60주년이 되는 해에 열리는 희방연(稀蒡宴)에서도 배반낭자의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학문과 덕행이 높은 70세 이상 된 고관들의 퇴직 모임인 기로소(耆老所)에 서도 자주 배반낭자의 잔치가 열렸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은 오래도록 기억(記憶)할 만한 경사가 생기면 손님을 청해 정성껏 대접(待接)하는 향년의 문화가 있으니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점점 소멸해가는 오랜 기억을 부여잡고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굳이 산악회나 동창회 등 모임이 아니더라도 이 장마가 끝나면 늙어 막에 아내와 손잡고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골에 백수풍진(白首風塵) 흩날리며 배반낭자 할 수 있는 여름이면 좋겠다. 배반낭자(杯盤狼藉) 일화중에~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유명한 해학가 순우곤 (BC 385~305)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왕이 그에게 술을 하사하면서 선생은 술을 얼마나 마시면 취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순우곤은 술은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경건(敬虔)한 왕 앞에서 마시면 한 말도 채 못 마셔도 취하고, 어른들 앞에서 마시면 두말을 마시면 취하며, 친한 벗과 마시면 다섯 말을 마시면 취하고 남녀가 함께 신발이 서로 뒤섞여 술잔과 그릇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배반낭자(杯盤狼藉) 의 술자리라면 한 섬은 마셔야 취할 것이라고 대답한대서 나온 말이다. 술이라는 게 이상야릇하게도 마음에 맞는 사람과 마시면 천 잔도 부족하고 말은 뜻이 맞지 않는 사람과 말하면 한 마디도 지겹다는것을 … 술과 말도 사람을 가리는 모양… 우리 모두 부디 모든 사람과 뜻맞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바램이다. 2020년 8월 일 석암 조헌섭 막걸리 한잔ㅡ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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