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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지지지지(知止止止)

by 석암 조헌섭. 201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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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지(知止止止
얼마전 방송마다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문제(去就 問題)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言論)의 논란(論難)이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물러날 때를 알고 흔쾌히 물러나면 오죽이나 좋겠냐만은 미련이 있어 
미적거리다 꼴사나운 형세(形勢)가 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자 도덕경에 지지지지[知止止止]라는 말이 있다. 

지지지지[知止止止]는 그침을 알아 그칠 때 그친다는 말이다.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라!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이름이 나면 그칠 줄 알아야 위태(危殆)롭지 않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于仲文)에게 보낸 시[詩]에는 


신책구천문[神策究天文]--기찬 책략 천문을  꿰뚫고 


묘산궁지리[妙算窮地理]--묘한 계산 지리를 통달했네. 


승전공기고[勝戰功旣高]--싸움에 이겨 공이 높으니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족함을 알아 그만두면 어떨까? 


그러나 우중문(于仲文)은 그만둘 줄  몰랐다. 

을지문덕(乙支文德)이 자신을 치켜세우니 승리한 줄 알고 승리(勝利)에 
 도취(陶醉)하여 살수에서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패배를 당한다. 

지지(止止)는 그칠 곳에 그치니 안이 밝아 허물이 없다. 
지지라는 말은 그칠 곳을 알아 그치는 것이다. 
그치지 말아야 할 데서  그치면 지지가 아니다. 

호랑이나 곰은 산속이나 굴속에 있어야 지지다. 
산속에 안 있고 사람 사는 동네에 나타나면 재앙(災殃)으로 여겨 잡아 죽인다. 

조금만, 이번만 하면 고집이다. 
그칠 수 있을 때 그쳐야지, 나중에는 그치고 싶어도 그칠 수가 없다. 
 사람은 자리를 잘 가려야 한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지지(止止)이다. 
떠나야 할 자리에 주저앉아 있으면 결국(結局) 추하게 좇겨난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 했던가! 
높은 지위까지 오르고 나면 이윽고 쇠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니 끝없는 

 욕심에는 반드시 후회만 남게되는 것, “달도 차면 기우나니…” 


 절대로 지나치지 말고 중용지도[中庸之道]로 세상을 살라 하였으니…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공간[空間]에 지나치게 욕심[慾心]을 부려 자신에게는
 망신[亡身]이 되고 남에게는 짐이 되지 않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정도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 

이승만(李承晩)전 대통령도 3선 개헌(改憲)만 하지않고 물러났으면 
미국으로
망명까지 가지 않았을 터,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도 유신헌법(維新憲法)을 만들지 않고 물러날
때를 

 잘 알았더라면 자기의 심복 김재규(金在圭)에게 총 맞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두환(全斗煥)역시  국보위 위원장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하였다면 
백담사로
 쫓겨나지 않고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 터…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를 보면 바닥을 기어  왜 이런 대통령을 당선시켰나 

 싶기도 하지만, 이것이 역사의 한 페이지이고 속고 속는 게 인생인가 보다.

있어야 할 자리, 나만의 자리는 어딘가? 

 지금 선 이 자리는 제자리인가? 제자리가 아니면 잡초가 된다. 
보리밭에 잔디가 나면 잡초고, 잔디밭에 보리가 나면 또한 잡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향기(香氣)로운 꽃이 되고 머무를 자리가 아닌 데 
 다리 뻗고 버티면 잡초가 된다. 

옛 성인들은 나아가고 쉬는 도리를 지키기 위해 관직(館職)을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했고, 자신의 능력(能力)과 처지를 미리 간파하고 스스로 
 사직(辭職)하는 길을 택하기도 했으며, 또한 현직에 있을 때에도 
인간 본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勞力)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직위에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알면 큰 이름을 남긴다고 한 말을 되새겨 
볼 때 모란이나 벚꽃은 필만큼 피었다가 때가 다하면 미련 없이 무너져 내리고 
훈풍에
 흩날려 뒤끝이 산뜻하고 깨끗하다. 


자연계의 말 없는 교훈(敎訓)처럼 우리의 인생도 깨끗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너무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중용[中庸]의 정신으로 살아갔으면…

2016년 9월 20일 
  昔暗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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