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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마중물

by 석암 조헌섭. 201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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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나 어릴 적 우리 동네 종손(宗孫) 집엔 펌프질로 지하수를 끌어
올리려 할 때
물을 한 바가지(마중물)쯤 부어야 관 속에 물이 차서
지하수와 연결되고
그때 펌프질을 하면 물이 마중물 따라 올라와
식수(食水)도 하고
시원하게 등물도 치기도 하였다. 


  ‘손님을 '마중한다.' 할 때의 바로 그 마중을 뜻하는 마중물!
 물을 얻기 위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듯
우리의 인생(人生)도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그런데 깜박 잊고 한 사람이라도 마중물을 남겨놓지 않는다면,
그 펌프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 것이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 덕분에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수(生命水)를 얻었
으니
뒤에 올 사람을 위해 물 한바가지 떠 놓는 거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배려(配慮)하며 사는 이치(理致)가 이런 것이 겠지?
사람과의 원활한 소통(疎通)을 위해서도 이런 마중물이 절실(切實)히
 필요한 때 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소통(疎通)은 없고, 일방통행(一方通行)만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불통(不通)의 시대(時代)를 바로 잡아야 할 책임(責任)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들의 몫이다. 

 새로운 소통방식(疎通方式)인 "마중물"로 다시 태어나 이 땅의
막장 터널 같은 불통(不通)의 세상을 나도 통(通)하고, 너도 통하는, 
"서로가 통하고 통하는 세상(通通世上)"이 되어 낮은 곳에 따스한 
눈길
주며,
서로 배려(配慮)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넓은 광야 같은
형통의
평야(평야)가  펼쳐진 신명 나게 살판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걱정, 근심, 불안, 화 따위이고,
 희망(希望), 사랑, 기쁨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먼저 변하면 상대(相對)와 세상이 오만 가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상대와 세상이 변하기만을 바라면
오만 가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단다. 

 우리가 기쁨을 잃고 우훌할 때, 또는 믿음을 잃고 이리저리 방황
 할 때, 답답한 삶의 심연(深淵)속에 시원한 생수로 찾아온
마중물
같은 사람, 마중물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누군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


 마중물…작가 미상… 

바삭거리며 타는 목마름으로 
허공에 눈길이 길어진 그대 가슴에  
내 작은 가슴 열어 조금 고여 있는
물을 부어…   

그대,
저 깊은 어디에서 

맑고 시원한 물을 콸 콸 콸
쏟아내며 달려오고 있으니

갈바람 살짝 묻어나는
새벽길에서 그대를 마중하며

오늘 살아있다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진다.

 
우리의 사랑은 아직도
지상에 머물러 있고 

그대와 나는 지금도
눈빛이 빛나고 있는 걸 

사는 날이 더러 아프게 해서 
타는 듯한  울음이
솟구치는 날이면

우리 서로 맑은 물로 만나 

이렇게 마주보고
갈증을 달래주자.

하늘과 자연과
우리 사랑 머무는 이곳에서…
 

 2015년 7월 20일 석암 조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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