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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타인능해[他人能解]

by 석암 조헌섭. 201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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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능해[人能解]

때는 결혼시즌 10월 12일 지인의 결혼식[結婚式]에 대구 촌놈이 모처럼
서울 나드리를
하였다.

일요일인데도 많은 사람이 붐비고 사람에 밀리면서 마냥 도시[都市]는
 꿈틀대고 있었다.
 
서울역 옆 그렇게 춥지 않는 날씨지만 포장박스를 깔고 얼굴은 시뻘겋고
삐죽이 나온 헝컬어진 머리카락이 시멘트 바닥에 짓이겨져 있는 노숙자를
 보았다.
2만 4천 불 시대 저쪽 사는 사람들인가?
 
뉴스를 보면 20평도 안되는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가 7~8억을 호가하는
동내에 일 푼 없는 하루살이 인생[人生]들이 즐비한가보다.
처참한 광경[光景]을 보는 순간 머리가 핑 돈다.
 
서울 사람에겐 일상의 광경[光景]이 될지 모르지만 “노숙자”라는 인생을
 처음 보는 대구[大邱] 촌놈에겐 왠지 삶이 무서워진다.
없는 사람의 처참한 생존[生存]의 몸부림을 보면서 옛날 조상님의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精神]을 생각해본다.
 

  쌀뒤주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지리산 자락에 조선 영조 때 낙안군수
  류이주[柳爾胄]가 세운 운조루(雲鳥樓구름 속 새가 숨어 사는 집)라는 99
 대규모 주택이 있는데, 이집 곳간 채 앞에 쌀이 두 가마 정도 들어가는
유명[有名]한 쌀뒤주가 있다.

그 뒤주의 마개 부분에 타인능해[他人能解] 라고 씌어 있다.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고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다.   
주인의 얼굴을 대면[對面]하지 않고 편안[便安]하게 쌀을 가져가도록
 쌀뒤주를 일부러 곳간 채 앞에 둔 것이란다.
요즈음 말로 하면 더불어 사는 정신[精神], 봉사정신, 보시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 정신이다. 
 
류이주[柳爾胄]는 힘이 장사였으며 스물여덟살 때 무과[武科]에 급제했다.
삼수갑산 새재'에서 호랑이를 채찍으로 쳐 잡은 장사[壯士]로 알려져 있다.
 마흔 두 살의 나이에 남한산성을 쌓는 일과 수원 화성 축조에 관여한
건축에
 능한 무관으로  46세에는 낙안군수가 되었고 은퇴하여
운조루[
雲鳥樓]
창건하였다.
 
 학, 여순사건, 6.25 전쟁 등 수많은 살상 속에서도 운조루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더불어 같이 산다는 타인능해[他人能解] 정신, 
도덕적 의무를 통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상생 정신이었다. 
운조루의 타인능해 정신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정신 덕목[德目]으로 
진정한 나눔의 아름다움이다.
 

운조루 입구의 연지[淵池]
운조루 입구
이 집의 또 하나 특징은 굴뚝 높이를 1m 터도 안 되게 아주 낮게 만들었다. 
 밥 짓는 연기가 지붕 위로 펑펑 올라가 배고픈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염려[念慮]한 배려[配慮]였다.
 
가진 사람들 논마지기나 됨직한 넓은 평수에서 폐유[廢油] 같은 냄새 풍기며 
 천박함을 치렁치렁  걸고 다니는 것보다 얼마나 멋있는 선조님의 삶인가?

400년이 지난 오늘 서울역 근처[近處]에 널브러져 있는 가난한 저 인생을 
보면서 그들에게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이 인생이 오히려 측은[惻隱]하다.
 
2014년 10월 15일
昔暗 조 헌 섭 김덕수 = 사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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