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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by 석암 조헌섭. 2021. 9. 6.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어제 일요일 선조 님 벌초(伐草)를 하고 돌아왔다.
한 조각 구름은 하늘에 천천히 떠가고 오곡은 풍년들어 수확(收穫)할 때
날씨가 참 좋은 것은 하늘의 은덕(恩德)이요.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묘지의 풀 정성을 다하여 베고 자르고 살펴
청소한 후에 공손(恭遜)한 마음으로 엎드려 술 한 잔 올리니 기분이 참 좋았다.


우리는 모두 여러모로 다르다. 성격과 취향(趣向)이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화성인과 금성인이 이렇게 지구에서 붙어산다는 게 참 신기하다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도 일치하는 게 하나 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삶은 곧 죽음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인생은 희미하게 떠 있다가 사라지는 새벽별이나 풀잎에서 증발(蒸發)하는
아침 이슬처럼 허무(虛無)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소중(所重)하다.

 사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살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回避)하지 말자.
 죽음은 걸치고 있던 무거운 옷을 벗는 것처럼 가볍고 친숙(親熟)한 것이다.
 무(無)에서 나서 무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人生)이다.

대충 이런 생각에서 우리 부부(夫婦)는 지난해 윤사월에 죽으면 화장(火葬)을
하여 납골묘(納骨墓)에 봉안(奉安)하라며
아들, 딸에게 내고향 합천 농사를 짓던 밭터에 가묘를 만들어 놓았다.

조그마한 비석 뒤에 골분(骨粉)이 들어갈 석관(石棺)도 묻어 두었다.


창녕 조공 휘 석암 조헌섭 지묘
배 유인 연안 차씨 을선 祔(左)

재주도 덕도 없는 휘(諱) 조헌섭은 한평생

동고동락하며 내조해온 당신과 가족 모두

잘 살아 줘 걱정 없이 반려자와 함께 잠들다.

2020년 윤 4월 “글.昔暗 曺憲燮 豫撰”

전면

부부(夫婦)사랑!”

부부란! 이해와 용서로 배려함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행동함으로써

하늘을 비상하는 비익조가 되고
땅엔 연리지의 포용심이 잉꼬부부라.

여보는 보배요. 당신은 내 몸 같으니
함께하는 부부는 가장 귀한 보배라오!  

아내의 매력은 사랑스러움이라면 
남편의 매력은 너그러움이라네.

           석암 조 헌 섭 自作詩
후면

아들 딸에게 생전에 엄마가 좋아하던 커피나 아빠가 좋아하던 술을 마실 때 가끔
 생각해 주면 고맙겠지만, 생각하지 않아도 상관(相關)없다.
2000년 33.7%에 그쳤던 전국 화장비률은 2010년에는 67.5% 2021년에는 90.4%
전국 최고 지역은 울산으로 96.2%로 높아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27.4%가 화장을 한 뒤 유골을 자연(自然)에 뿌리는
산골(散骨)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세상에 인연(因緣) 따라 잠시 왔다 인생살이 마치고 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떠나야 하는 삶이 아니던가.

냇물이 흘러 강으로 가듯 우리네 인생도 흐르는 물처럼 흘러~흘러~
어느 순간 때가 오면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 

노후(老後)에 즐겁게 살려면  누구보다도 우정(友情)을 함께 나눌 지란지교(芝蘭之交)
같은 친구가 많을수록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옛말에 술과 신발과 마누라는 오래될수록 편안하다는 말이 있듯이
인생에 있어 삶의 전부는 돈도 아니요, 지위(地位)나 권력(權力)도 아닌
상대방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말고 본연(本然)의 덕(德)을 가려
사귀어온 믿음의 친구가 진짜 '벗'이 아니겠는가?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편에 이르기를  
주식 형제(酒食 兄弟)는 천 개 유(千 個 有)로되 급난 지붕(急難 之朋)은
일개무(一個無)니라.


술과 음식을 먹을 때의 형제(兄弟)는 천명이나 있되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사람도 없다는 말처럼 번영(繁永)할 때 친구가 많지만,
역경(逆境)에 처하면 한 사람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을 필요(必要)가 없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의리(義理)가 없는 사람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기가 유익(有益)할 때는 살이라도 배어 줄 듯이 가까이 사귀지만,
 이득(利得)이 없을 때는 원수처럼 돌아선다고 한 말은 요즘 정치인들을 두고
한 말 같다.


수십 년간 동지가 되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오직 사욕(私慾)에만 눈이 어두워
원수가 되어 서로 비방하는 세태야말로 국민의 지탄(指彈)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2021년 9월 일
 석암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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