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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야명조[夜鳴鳥]

by 석암 조헌섭. 2018. 5. 27.

 

 

 
명조[夜鳴鳥]
꽃피는 춘절도 어느덧 지나가고  신록[新綠]의 계절! 계절의 여왕 오월도 저물어 간다.
무술년[戊戌年] 원단 작심[作心]하였던 일 아직 포장도 풀지 못했는데,
무정[無情]한 세월 잘도 넘어간다.

히말라야 설상에는 잠을 자지 않고 밤새도록 우는 야명조(夜鳴鳥)라는
새가 있다.
야명조는 깃털이 없어 밤이 되면 혹독한 추위를 이기지 못해
밤새도록 울면서 내일은 꼭 내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날이 밝아 햇살이 비치면 지난밤의 일을 까맣게 잊고 온종일 정신없이 놀다가 
또다시 밤이 오면 낮의 일을 후회하며 내일은 꼭 황토집으로 방이 펄펄 끓도록
 집을 짓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하면서 밤이면 밤마다 서럽게 숨이 넘어갈 듯
 애절[哀切]하게 우는 야명조!!!
 
휘몰아치는 밤바람에 뼛속깊이 쑤시는 혹독[酷毒]한 밤이 서러워 운다고 한다.
고통스러운 밤과 쾌락의 낮을 번갈아 보내며 야명조는 초라하게 늙어간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지난밤의 추위를 잊어버리고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즐거움을
 찾아다닌다.
 
사람도 이처럼 어렵고 힘든 곤경[困境]에 처하면 새로운 삶을 맹세하지만,
그 상황[狀況]이 해결되고 나면 이내 어려웠던 상황은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원효대사는 중생의 병 중 가장 무서운 병이 '내일로 미루는 습관'이라 하였다.
똑같은 어려움을 반복[反復]해서 겪게 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는 
의지가 나약[懦弱]하기 때문일 것이다.
 
밤마다 우는 야명조[夜鳴鳥]처럼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금생[今生]에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며 게으름을 피우는 건 살아가면서
그 무엇보다도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 일은 미루지도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최선[最善]
다해 후회[後悔]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면 늘 활기차고 즐거운
생활 속에서
좋은 일만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무었이든 야명조처럼 게으럼 피우며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하면 된다는 굳은 의지로 살아 갔으면


1918년 5월 일  석암 조헌섭

월의 편지 - 소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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