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463)

노력해도 안 되는 것

by 석암 조헌섭. 2016. 5. 31.

안될 놈은 노력해도 안 된다.

 안 되는 걸 시키니까 안 될 놈 되는 거다./ 엄을순
시골에 사시는 친구 엄마 한 분이 텃밭 양옆으로 한쪽엔 해바라기를,
 다른 쪽엔 채송화를 심었단다. 씨들이 섞여 있었던지 해바라기 쪽에
채송화가, 채송화 쪽엔 해바라기가 섞여 자라면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채송화 밭에 핀 해바라기는 원래 해바라기보다 키가 훨씬 작고,
해바라기 밭 채송화는 원래 채송화 키의 두 배쯤 되게 크더란다. 
꽃들도 자기 옆 친구들과 경쟁하며 자라나 봐. 
해바라기 속 채송화는
목을 길게 빼고 비실비실 크더니만 휘청휘청
오래가지 못하고 죽더라.


채송화 속 해바라기도 짤막하고 뭉툭하게 크다가 누렇게 떡잎이
 생기면서 말라버리던데. 걔네들도 주위를 돌아보며 다르게 생긴
자기 모습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봐. 참 이상하지 않냐.’
 결국 병들어 죽은 꽃들은 그 친구 엄마 손에 다 뽑혀버렸다고 한다.

해바라기다운 해바라기가 예쁜 꽃도 피우고 씨도 단단하며
 채송화다운
채송화가 꽃 색도 화려하고 건강하다.
아이들 중에는 채송화도 있고 해바라기도 있다.


해바라기 만든다고 해바라기 밭에 심어봐야 해바라기가 되지 않는다.
 아이 특성과 가장 맞는 환경에 심어야 행복한 아이도 되고 건강한
아이도 되는 거다.

대학 시절 중학생 두 명을 가르쳤었다.  
한 명은 공부에는
 도통 맘이 없고 춤을 무척이나 잘 추는 아이였고,

또 한 명은 하나를 가르치면 셋을 깨우치는 공부 머리가 뛰어난 아이였다.
춤 잘 추는 아이는 3년이나 노력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 포기했고,

공부 재능이 남다른 아이는 몇 달 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그만두었다.

 춤 잘 추는 아이는 결국 J대 연극영화과에 갔고,다른 아이는 S대 갔다더라.
개그 프로에도 있던데. ‘안 될 놈은 아무리 해도 안 돼’라고.아이마다 가진
것이 다르다. 그림에 소질 있는 애는 아무리 운동을

시켜봐야 그 아이는 ‘안 될 놈’이고, 공부하고 싶은 애를
피아니스트 만들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야 그 아이는‘안 될 놈’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때문이란다.
자살 하러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머리를 감싸고 울던 모 고교생
누가 이 아이를 그 길로 내몰았는가.

해바라기 밭에서 채송화로 살면서 아무리 고개를 쳐들고 노력해도
따라가지 못해 힘들었을 것이고.
채송화 밭에서 해바라기로 살면서 아무리 키를 낮추어도 낮춰지지
않아 스트레스 많이 쌓였을 터다.

미처 다 여물지도 않은 아이들. 위기상황이 오면 충동적으로 자살할

위험이 높다. ‘자살위기 관리매뉴얼’보다 더 중요[重要]한 건
‘부모들의 획일적인 공부에 대한 욕심[欲心] 버리기’다.
적어도 내 아이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말이다.

아무리 노력[努力]해도 안 되는 아이.
안 되는 걸 시키니까 ‘안 될 놈’ 되는 거다.

 2016년 5월 31일  (석암 조 헌섭)


 

'나의 이야기(463)'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대 화상[布袋和尙  (0) 2016.06.21
절식패명(節食牌銘)  (0) 2016.06.10
음식먹는 습관과 성격  (0) 2016.05.18
교편[敎鞭]이란?  (0) 2016.04.25
횡설수설[橫說竪說]  (0) 201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