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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처가 내 시를 어루만진다
김재진 시집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출간김재진 시인은 요즘 하모니카에 푹 빠졌다. 방송에선 ‘가슴에 남는 음악’도 진행한다.
“음악이 시가 되고 시가 음악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사진 시와]김재진(57)은 치유의 시인이다. 그의 시는 사람들의 아픈 구석을 어루만진다. 이를테면 그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아픔부터 눈에 들어오는 시인이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통째로 그 사람의 생애를 만나기 때문이다/그가 가진 아픔과, 그가 가진 그리움과/남아있는 상처를 한꺼번에 만나기 때문이다.’(만남)
그의 신작 시집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시와)에서 고른 시다. 이번 시집은 6년 만이다. 위로와 치유의 시 80편이 담겼다. 그는 순간적으로 시를 터뜨리지만, 시집은 더디 묶이는 편이다.
“시는 제작하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죠. 주체 할 수 없이 시가 쏟아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잠잠할 때도 있죠. 시가 제게로 오는 것이지, 제가 데려오는 게 아니니까요.”
이번 시집에 수록된 대다수의 시가 올 4~5월에 한꺼번에 쓰여졌다. 시가 떠오르면 아이폰 메모장에 시를 쓰고, 그 시를 카카오톡으로 곧장 전송했다. 그는 “오랫동안 응축돼 있던 시적 정서가 폭발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국 문단의 공식적인 성공 문법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음대(대구 계명대)에서 첼로를 전공했던 그는 어느 날 음악적 한계에 부딪혔는데, 그 탈출구로 문학을 택했다.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가 그의 공식 데뷔다. 하지만 문예지를 중심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성장 절차를 외면했다. 그러곤 81년부터 10여 년간 KBS·불교방송 등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 일했다.
“문단에선 대중적이라는 말이 폄하의 뜻으로 쓰이지만, 저는 대중적이란 말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시, 그런 애매모호한 시는 일반 독자에게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문학의 질병이 또 다시 발병했다. PD로 일하던 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95년엔 돌연 방송국을 떠나 전업작가로 나섰다. 여전히 문단과는 거리를 뒀지만, 97년 발표한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가 20만 부 넘게 팔리면서 대중성을 갖춘 시인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번 시집에선 지금껏 한국 시인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실험을 했다. 시 낭송과 영상을 결합한 ‘시 뮤직 비디오’를 선보였다.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시집 출간 전에 유튜브에 먼저 공개된 이 뮤직비디오는 한달 만에 조회수 5만 건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출간된 시집에도 5개의 시를 뮤직비디오로 만든
QR코드를 삽입했다.
“제 시가 마치 노래처럼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가만히 읽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그는 명상과 치유를 돕는 인터넷 방송 유나(http://una.or.kr)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그러니 다정(多情)도 병이다. 이 시인을 보라. 그의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매만진다. 아니다. 그의 시는 사람들의 병든 마음을 낫게 한다. 아니다. 그의 시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한다. 나의 아픔과 너의 아픔을 자꾸 토닥거린다.
[중앙일보] 입력 2012.06.29
정강현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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