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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 지교[芝蘭之交” 조선조[朝鮮朝] 선조[宣祖] 때의 일이다. 당시 참판으로 있던 유희서[柳熙緖]와 부사 황극중[黃克中]이 의문의 피살을 당하는 사건[事件]이 발생했다. 포도대장 변양걸[邊良傑]이 범인을 잡아 문초하다 보니 뜻밖에도 그 배후의 인물은 다름 아닌 왕족[王族] 이었다. 원래 방탕한 기질이 있던 왕족이 유희서의 첩이 미색이라는 말을 듣고 비밀리에 유희서의 첩을 가로챈 뒤에 도적을 시켜서 유희서와 황극중을 암살케 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조[宣祖]는 오히려 바른말 하는 포도대장[捕盜大將] 변양걸과 유희서의 아들 유일이 왕족을 모함했다 하여 곤장을 쳐서 둘 다 멀리 귀양을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은 일단락된 것이 아니었다. 임금인 선조가 크게 노해 있었으므로 모든 신하가 쉬쉬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당시 영의정으로 있던 이덕형[李德馨]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일이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하는지라 무죄함을 알려 구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인들과 친구들이 만류했으나 이덕형[李德馨]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상소를 올렸다. 역시 예상[豫想]했던 대로였다. "영의정이란 대신으로서 반드시 포도대장 변양걸[邊良傑]을 처벌[處罰]해서 왕족의 누명[陋名]을 풀고 조정의 수치를 씻어줄 줄 알았는데 도리어 이런 상소[上訴]를 올리다니 그대의 속셈은 도대체 뭐요?" 선조의 진노는 극에 달해 곧 이덕형을 영의정에서 해임하고 당시 좌의정이었던 이항복[李恒福] 을 영의정[領議政]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항복[李恒福] 그가 누군가? 바른말을 하다가 밀려난 친구 이덕형의 영의정 자리에 연연할 리가 만무했다. 이항복 역시 곧장 상소를 올렸다. 쓸모없는 신을 기용한 것이 이덕형이 자리를 뜬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변양걸의 처벌은 신 역시 괴로운 일입니다. 굳이 다시 말씀드리자면, 덕형은 이미 말을 꺼낸 신이요, 신(항복)은 아직 그 말을 꺼내지 않은 덕형입니다. 그러니 그 마음은 하나요 사람은 둘이며 그 자취는 둘이면서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 상소를 올리고 나서 이항복[李恒福] 역시 면직[免職]되었다. '덕형은 이미 말을 꺼낸 신이요, 신은 아직 그 말을 꺼내지 않은 덕형' '그 마음은 하나요 사람은 둘이며 그 자취는 둘이면서 마음은 하나' 아, 얼마나 멋진 오성 이항복[李恒福]의 일갈인가! 좋은 친구가 같이 있으면 향기로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있는 방 안에 들어간 것과 같고 그렇지 못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이 비린내가 난다고 했으니…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지니라. 우리도 벗을 사귈때 이해득실(利害得失)에 흔들리지 않는 중국의 관중과 포숙, 신라의 다사함과 이사부, 성경의 다윗과 요나단,을 본보기로 삼아 생사{生死}를 같이 하는 친구[親舊]는 못되더라도 깨끗하고 맑은 지란지교[芝蘭之交]와 같은 참된 교우가 이루어 졌으면… 2014년 8월 25일 昔暗 조 헌 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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