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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출처(出處)의 도리

by 석암 조헌섭. 201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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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出處)의 도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사람이 그동안 몸담았던 직장에
정년을 퇴임(退任)한다.
한 직업에 오랜 세월을 봉직(縫織)하면서 대가 없이 물러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옛날 선비들은 인생의 거취문제에 있어서 출처지의(出處之義)를
 가장 중요시했다.
출(出)은 출사(出仕)를 의미하고, 처(處)는 사직하고 물러나
 은거([隱居) 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옛날 선비들은 국가와 사회의 이익을 위하여 봉직하다
힘이 다하면 걸해골(乞骸骨)하고 벼슬길에서 물러나 스스로
 쉬는   길을 택한 사람이 많았다.

당나라 시인 사공도는 만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중조산 계곡에
휴휴정(休休亭)을 짓고 살면서 “재주를 헤아려 보니 쉬는 게
 마땅하고, 분수를 해아려 봐도 쉬는게 마땅하며,
 귀먹고 노망했으니 쉬는게 마땅하다.”는
 내용의 휴휴정기(休休亭記)를 남겼다.
 
또, 자신을 사휴거사(四休居士)라 칭했던 송나라 손방은 자호의
뜻을 묻는 지인에게 답하기를,
“거친 차와 싱거운 밥에 배부르면 곧 쉬고, 해진 옷 기워 입어
따스하면 곧 쉬며, 온온하게 지낼 만하면 곧 쉬고, 탐하지 않고
 시기하지 않으며, 늙으면 곧 쉬는 것이다.”라고 했다.
 
삶의 치열한 욕망을 잠재우고 한적함 속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
하는 것이 휴()의 진면목이라 여긴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녹봉을 탐하여 불안한 지위에 올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아첨(阿諂)하며 사는 것보다 인간의
본성(本性)을 지키며 쉬는 것이 오히려 더 가치(價値)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쉼을 나타내는 말에는 휴(休가 있다.
휴(休)는 사람이 큰 나무에 의지해 있는 모습을 상형한 글자로,
일을 그만두고 나무그늘 아래서 쉬는 것을 나타낸다. 

옛날에는 아호나 누정 이름을 휴휴(休休),만휴(萬休), 칠휴(七休)
등 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휴(休)에 큰 의미(意味)를 부여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숨거나 나타남에 있어서 그것이 의리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 또한 도리(道理)로 보아 행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먼저 헤아렸다. 
대의(大義)에 맞으면 벼슬길로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
 쉬었다.

나아가고 쉬는 도리를 지키기 위해 관직을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했고, 자신의 능력(能力)과 처지를 미리 간파하고 스스로
 사직(辭職)하는 길을 택하기도 했으며, 또한 현직에 있을 때에도
인간 본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勞力)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직위에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알면 큰 이름을 남긴다고 한
말을 되새겨볼 때 모란이나 벚꽃은 필만큼 피었다가 때가 다하면 미련 없이 무너져 내리고 훈풍에 흩날려 뒤끝이 산뜻하고
 깨끗하다.
자연계의 말 없는 교훈(敎訓)처럼 우리의 인생도 깨끗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승만(李承晩) 대통령도 3선 개헌(改憲)만 하지않고 물러났으면
미국으로 망명까지 가지 않았을 터,
박정희(朴正熙)역시 유신헌법(維新憲法)을 만들지 않고 물러날
 때를 잘 알았더라면 자기의 심복 김재규(金在圭)에게 총 맞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년퇴임(停年退任)을 하고 휴(休)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분에게 항상 여유(餘裕)롭고 편안(便安)한 마음으로 인생을
 뒤돌아 보며 보람차고 알찬 여생(餘生)이 되기를 바란다.

2014년 7월 17일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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