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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작(扁鵲)의 육불치론(六不治 論)
우리 집 사람이 심한 어깨 통증이 있고 오른팔을 돌리기가 힘들어 용하다 하는 한의원에 가보니 현관 대기실에 환자들이 수두룩하다. 병원 내부 곳곳에 중국 한의에 관한 그림과 글씨가 걸려 있는데, 여러 그림 중에 신선 같은 용모를 한 인물화 아래 편작치병(扁鵲治病)이라는 제호가 붙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사람도 살려내었다는 천하 명의 편작의 치병하는 모습이다. 조선 시대의 허균의 모습을 연상케 하였다. 편작(扁鵲)!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의술을 펼쳤는데 괵의나라에 죽은 태자를 살려 당시 명의로 이름을 날렸다. 원래 이름은 진월인(秦越人)이라고 하는데 사마천 <사기(史記)>에는 당대의 명의 편작 이야기가 나온다. 신비적인 무속과 과학적 의료행위가 공존하고 있었던 당시에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의학이론을 펼쳤으며 침구(鍼灸), 탕약(湯藥)에 능한 인물 이였다. 어느 날 위나라의 문왕이 당시 명의로 소문난 편작에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 자네 집안의 세 형제가 모두 의술에 능하다고 하던데, 자네 생각하기엔 누가 제일 고명한가?” 편작이 대답하기를, “큰 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이 둘 째 형님이며 소인이 가장 부족합니다.” 이에 문왕이 의아해 하면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인가?” 편작이 그 연유를 말하기를, 큰 형님은 발병하기 전에 병을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병의 원인을 미리 알고 차단하는 사실을 모르다 보니 큰 형님의 뛰어난 의술이 알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형님은 발병 초기에 병을 치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둘째 형님이 가벼운 증세만 치료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인은 증상이 심각할 때 병을 치료합니다. 경맥에 침을 꽂아 피가 나오게 하거나 수술을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제가 중한 병을 아주 잘 고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인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발병 전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원을 상의(上醫)라 하고, 발병 초기에 완치를 하는 의원을 중의(中醫)라 하며, 발병 후 병이 심각할 때 치료하는 의원을 하의(下醫)라 부르는 연유다. 한의학은 예로부터 질병이 생긴 후 병을 다스림보다는 질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고전인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 등을 보더라도 양생(養生)에 대한 것이 앞 부분에 나와 있다. 결국, 치료의 중요점은 질병이 생기기 전 예방이 우선이고, 질병이 생겼으면 초기에 치료 해야 하며, 몸을 잘 조섭(調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史記)> <편작열전(扁鵲列傳)>에 보면 편작은 어떠한 명의라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6가지 불치병이 있다고 강조한다. 일명 도저히 고칠 수 없는 환자 육불치(六不治)다. 첫째= 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교자불논어리 일불치야) 환자가 교만,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환자다. 병에는 원리가 있고, 그 원리를 알아야 치료를 하는데 주관적인 판단만 중요시 하고, 정확한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교만한 사람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편작이 제나라에 갔을 때 제나라 왕 환공(桓公)은 편작의 진단을 믿지 않아 결국 골수암으로 죽고 말았다. 이렇게 의사를 불신하고 병리를 무시하는 사람은 주로 고위직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서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輕身重財, 二不治也(경신중재 이불치야).’ 자신의 몸보다 재물이 아까워 치료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몸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돈과 재물을 중시하여 몸을 가벼이 부린다면 이것 또한 불치병이라는 지적이다. 열심히 일하여 돈도 벌고 지위가 높아질 수 있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몸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衣食不能適, 三不治也(의식불능적 삼불치야). 입고 먹는것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옷을 적절하게 입고 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 세 번째 불치병 환자다. 옷은 추위를 견딜 정도면 적당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울 만하면 적당한 것인데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고 편안한 것만 쫓는 환자는 어떤 명의라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먹고 입는 것이 중용과 적절함을 잃으면 건강이 깨진다. 건강의 가장 기본은 적당한 섭생과 보온이라는 것이다. 넷재=陰陽幷藏, 氣不定, 四不治也(음양병장 기부정 사불치야) 음양의 평형이 깨져서 혈기가 안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음양의 균형이 망가지고 기가 안정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이 네 번째 불치병 환자다. 음양이 장기를 장악하여 혈맥의 소통이 단절되면 기가 불안정해져서 돌이킬 수 없다는 상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기력이 인간 몸의 기간이 되는 것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다섯재=形羸不能服藥, 五不治也(형리불능복약 오불치야).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의 사람이다. 어떤 명약을 쓰더라도 그 약을 받아들일만한 기본 체력이 없다면 이것 또한 고치기 힘든 병이라는 것이다. 걸을 수 있고 약을 먹을 힘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많은 의사들은 이야기한다. 여섯째=信巫不信醫, 六不治也(신무불신의 육불치야) 무속에 빠져 신비적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다.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 여섯 번째 불치병 환자다. 편작이 살던 시대에는 여전히 신비적인 치료가 유행하고 있었다. 병은 원리를 알고 고쳐야지 신비의 힘으로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편작은 ‘육불치(六不治)’의 명의도 손들 수밖에 없는 환자의 유형을 말하면서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있더라도 병이 위중하게 되고 고치기 힘들게 된다고 강조하고있다. 역으로 말하면 명의 편작이 말하는 쉽게 고칠 수 있는 환자는 겸손하게 자신의 주관적 고집을 버리고 전문가에 의뢰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런데 병이 어찌 몸에만 있는 것이랴? 우리 정신에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육불치가 있다. 1, 교만하고 2, 돈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며 3, 과식과 사치를 일삼고 4, 일과 가정의 조화가 깨지며 5, 정신적 피폐함이 극에 이르고, 6.나쁜 짓 하여 신에게 용서해 달라고 비는 사람이 진정 육불치의 전형이다. 반대로 돈에 우선하지 않고 어려운 사람에게 온정을 베푸는 삶, 모든 사람을 용서하고 이해하며 사랑하고 배려하며 포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새겨 본다. 그러나 뛰어난 명의도 그를 시기하는 무리에 의해 피살되는 불운을 맞았다. 미호불상지기(美好不祥之器)라,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이 상서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2014년 1월 25일 조헌섭 박재희 원장의 "편작(扁鵲)도 손드는 환자 '육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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