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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아이, 엉덩이가 소실되는데도 우린 침묵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3년 11월 07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계모에게 맞아 숨진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는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진 상태였다.
계모에게 맞아 숨진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는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진 상태였다.
아이는 상습적인 폭행으로 엉덩이 근육이 소멸되는 둔부조직섬유화에 시달렸고
지난해엔 허벅지뼈가 두 동강 났단다. 인간의 잔혹함은 끝가는 데를 알 수가 없다.
잔혹하기론 그 계모뿐 아니라 아이의 엉덩이가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침묵했던
아이의 주변과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 아이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이 2년 전에 있었다. 유치원 교사가 폭행 흔적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허무하게 다시 그 계모에게 아이를 내주었다.
행위자가 거부하면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 후 아이의 아버지
교사,친구 등 아이 주변에선 누구도 나서서 아동학대에 대한 조치를 했다는 흔적이 없다.
아동학대 전문가들은 말한다.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는 그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동학대 가해자와 피해자는 우선 격리해야 한다고 말이다. 한데 우리나라에도 아동복지법과
보호기관을 두고 아동학대에 대처하고 있다고 떠들어대는 당국은 정작 꼭 필요한 조치에는
허술하고 무능했다.
학대를 이유로 검사가 친권상실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실제론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 등의
경우로 한정적이다. 훈육을 빙자한 폭행은 경찰 신고도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니 무능한 정책 당국만 믿고 앉아서 ‘대책 세워주겠지’ 하고 바라는 건 미련한 짓이다.
이제 기댈 건 시민사회가 이웃의 아동학대 감시에 나서는 것이지 싶다.
아동학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선 ‘영혼살인’으로 규정해 무겁게 처벌하고
친권박탈도 예사로 한다. 그 후유증이 워낙 무서워서다.
학대 피해는 개인의 비극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등이 아동학대 피해자였다는 건 이미 알려진 바다.
본지가 수원지법 강력범 159명의 성장사를 추적했던 지난해 탐사기획에선
이들의 70% 이상이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걸로 분석됐다.
혹시 이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1990년대 중반 잔혹한 연쇄살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 행동대장이 TV에서 한 대답. “우리 엄마요?
내 손으로 못 죽여서 한이 됩니다.”
그 역시 아동학대 피해자로 밝혀졌다.
아동학대를 모른 체하는 것은 한 인간의 영혼살인을 방조하는 것이고,
그 폭력의 부메랑이 언제 나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심각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은 누구든 아동학대를 발견하면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신고는 목격자의 의무다. 신고해 봐야 또 풀어줄 거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웃 아동을 주시하고 정부엔 끝없이 요구해야 한다.
아동보호 제대로 하라고.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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