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흭 [저출산의 재앙.1,] 저출산·고령화가 계속되면 2030년은 지금과 사뭇 달라진다. 2017년부터
노동인구(15~64세)가 줄기 시작해 2030년 415만 명이 감소한다. 소비증가율이 3.77%에서 1.41%로, 경제성장률은 4.42%에서 2.06%로 떨어진다. 병사가 연평균 3만 명 부족해 용병을 들여와야 할 판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학생 감소에 따라 4년제 사립대 68개, 전문대 50개가 필요 없게 된다. 1, 2인 가구가 늘면서 대형 아파트 수요가 80% 줄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전체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집 장만은 커녕 전세금도 마련 못해 나도 힘든데 가족
만들 자신이 없다 청약 우선권, 행복주택 문턱 낮춰달라” 지난해 20대 후반(25~29세) 남성 1000명당 42.7명만 결혼을 했다. 10년 전(56.8명)에 비해 25%가 줄었다. 반면 30대 초반(30~34세) 남성의 혼인율은 증가했다. 여성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혼인율이 떨어지면서 30대 후반 (35~39세)의 미혼율이 증가했다. 왜 2030들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룰까. 미혼 남녀 33명에게 물었다. 결혼은 선택 … 최대한 즐기고 할 것 김주형(32·헬스 트레이너)씨는 결혼을 원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집을 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세로 시작할 정도의 돈은 갖고 있어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원(29·생명보험사 자산관리사)씨는 “결혼 준비를 할 때 필요한 돈과 실제 받는 임금 차이가 너무 크다.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송모(25·여·대학생)씨는 “마음 맞는 사람이 있더라도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이 벌수록 결혼하기 좋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결혼하려면 부부가 각각 월 200만~250만원 이상 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한 자유 누린 후 결혼 생각할 것=10년 내엔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문모(24·여·회사원)씨는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가진 후 결혼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홍사훈(30·회사원)씨는 “내 주위를 보면 더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친구가 많다. 이제 막 돈 벌면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실망감도 결혼에 악영향을 미친다. 치부되고, 나와 내 가족의 행복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새로운 가족을 만들 자신이 없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서정(23·여·대학생)씨는 “미래가 너무 비관적이다. 집값이 비싸고 양육비도 많이 드는 현실에서 결혼하고 애 키우는 게 사치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경력 단절 두렵다=여성의 경우 취업 여부를 떠나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김지혜(24·여·로스쿨생)씨는 “결혼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쌓는 게 힘들어질 것 같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한 명만 낳겠다”고 말했다. 강지윤(24·여·대학생)씨는 “결혼의 장점보다 단점들이 더 치명적”이라며 “출산으로겪게 될 경력 단절과 육아휴직으로 인한 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내 인생에 데미지(손실)를 입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안은=2030은 주거 지원, 결혼 지원금, 직장문화 개선 등의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공중보건의로 복무하고 있는 김남열(30)씨는 “지인들을 보면 신혼부부 주택 대출을 받으려 해도 부부 합산 소득이나 자녀 수 등 비 현실적인 기준과 제약이 많더라”고 말했다. 박소정(30·여·교사)씨는 “결혼하려면 최소한 전셋집 이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집을 장만할 때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신혼부부에게 이자를 낮춰달라”고 했다. 이민복(30·공공기관 근무)씨는 “주거 지원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신혼부부들을 위해 우선 청약을 해주거나 행복주택 입주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육비를 지원해 준다면 결혼과 육아가 좀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이진학(20·대학생)씨는 “정부에서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는데 그게 필요한 사람에게 가고 있느냐”며 “차라리 어느 대통령 후보처럼 애 낳으면 3000만원을 주고 대학까지 보내주는 게 돈이 덜 들겠다”고 말했다. 직장 내 장시간 근무 문화, 눈치 보기 육아휴직 분위기를 꼬집는 지적도 많았다. 신현주(27·여·대학원생)씨는 “불필요한 야근부터 줄여야 한다. 당장 내 몸이 힘들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연애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동훈(29·교회 전도사)씨는 “지인이 아이 두 명을 낳고 권고사직 받는 걸 봤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육아휴직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 자리 있을까요 결혼은 했지만 당장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거나 한 명만 낳겠다는 젊은 부부도 많다. 무엇이 그런 선택을 하게 했을까. 아이가 없고 당분간 출산 계획이 없는 17가구, 아이가 1명 있고 당분간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는 24가구를 심층 인터뷰했다. 기혼 부부는 전세대출금 이자, 월세 등의 주거비에 짓눌린 경우가 많았다. 기혼 여성은 미혼 여성과 마찬가지로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정도를 집 대출금 상환에 쓴다. 일을 줄였다가 대출금 때문에 다시 일을 늘렸다. 임씨는 “한 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있는데 아이가 생기면 부담이 배로 커질 것”이라며 “부부가 맘 놓고 여가를 즐기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박혜진(27·여·주부)씨는 아이를 가지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작은 회사여서 그런지 출산휴가가 없었다. 남편 월급에서 집 대출금·차 할부금 상환, 육아 비용 등을 대기 벅차다. 박씨는 “대출을 끼고 작은 집을 마련했는데 둘째를 낳으면 큰 집으로 가야 하고 그러려면 또 대출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둘째를 갖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력 관리가 중요=류미현(38·여·연구원)씨는 딩크족(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을 지향한다. 류씨는 “남편과 나는 전문직으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아이를 원치 않는 건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가치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씨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선진국에서 결혼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있지 않나. 한국도 그렇게 변하고 있고 자신에게 할애하는 삶이 더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임신하면 내 경력에 공백이 생길 것이다. 둘째를 갖게 되면 출산 이후 돌아올 때 내 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아이가 없는 김민준(30·회사원)씨는 “부부가 자녀 출산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자녀를 위해 써야 하고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걸 감내해야 한다”며 “현재는 신혼기를 더 갖고 싶다”고 말했다. 박시내(32·여·출판사 근무)씨는 “출산과 육아에 앞서 두 사람이 서로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희(31·여)씨는 “남편과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아이가 있으면 시간 내기가 빠듯할 것”이라고 했다. 곽형규(33·증권회사 근무)씨는 “아내와 나의 라이프스타일상 아이 없이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아이를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것에서 대안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돌봐줄 사람 없다=임소희(33·여·피아니스트)씨는 “아이를 어디에 맡길지, 남편이 얼마나 도움을 줄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윤서진(32·여·회사원)씨는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 아이를 남편과 둘이서 키워야 한다. 아이 두 명은 무리”라고 했다. 이윤수(34·은행원)씨도 “ 친정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는데 두 명은 부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모(33·회사원)씨는 “대를 잇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권기경(36·여·간호사)씨는 “ 육아로 고생하기 싫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희생정신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극복할 수 있는 파격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희경(29·여·주부)씨는 “주변에서 보면 두 자녀 이상은 교육비가 부담되더라. 다자녀는 교육비와 학교 급식비 등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모(32·여·주부)씨는 “현재 3명 이상부터 다자녀에 해당돼 각종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기준을 두 명으로 늘려주면 출산을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임현주씨는 “동사무소 경로당처럼 동네마다 무료 보육원이 있어 믿고 맡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시내씨는 “5~10년 애를 키운 뒤에도 회사로 복귀할 시스템이 마련되면 엄마가 되려는 여성들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지아람(30·여·변리사)씨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말고는 육아휴직이 유명무실하다. 실질적으로 쓸 수 있도록 회사가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노진호 기자, 오진주(서울대 노문4)·이지현(서울여대 국문4) 인턴기자 welfare@joongang.co.kr 무엇보다 인구증가율을 낮춰야 한다”며 가족계획을 최고의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합계출산율 6명, 연간 인구증가율 2.88%로 세계 최고였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매번 인구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정부 부처마다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매년 시·도에 정관·난관 수술 목표량을 할당하고, 수술을 받은 부부에게 공공주택 우선입주권을 줬다. 가야 하는데, 이 역시 대통령의 어젠다로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본지가 1~15일 인구와 저출산 관련 분야 전문가 11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전 정부(43.4점)보다 낮다. 56.4%(62명)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대통령 임기와 저출산·고령사회 계획의 시기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다. 전 대통령이 만든 정책을 이어받아야 하니까 ‘내 정책’으로 만들기 힘든 구조다. 몽골은 1월 ‘300만둥이’가 태어났을 때 대통령이 직접 축하전화를 했고 총리가 집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했다. 통화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해 인구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은 “다들 저출산 문제에 대해 뼛속 깊은 심각성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나서서 전 사회적으로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연구실장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모든 경제 관련 정책의 우선순위는 정치적 논리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 대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 지지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국가 존립이 걸린 비상사태”라고 전제한 뒤 “대통령 임기와 저출산고령사회 계획을 맞추면 비현실적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시장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고점(2030년 5216만 명)에 오른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이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5000만 명이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정책에 전념하는 부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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