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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물

교육과정평가원 ‘도종환 시

by 석암 조헌섭. 201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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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평가원 ‘도종환 시’ 교과서에서 제외 권고 논란

“현역 정치인은 곤란” “충분히 검증된 작품”

도종환 의원

유명 시인인 도종환(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의 작품을 내년도 중등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싣지 못하게 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평가원은 교육의 중립성 유지를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도 의원은 물론 문인단체와

 야당까지 반발하고 있다.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태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국어교사와 대학교수 등

30명으로 구성된 검정심의회에서 내년에 쓰일 중등 교과서 16종을 심사했다.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이 9일 열린 국회 본회의 말미 ‘5분 발언’ 시간에 자신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독했다. 시 낭독에 이어 도 의원은 자신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권고는 정치인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수 기자]

이 자리에서 도 의원의 작품과 이자스민(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관련 내용이 문제가

 됐다. 도 의원은 현직 국어교사이던 1986년 출간한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이름을

알렸다.

또 2002년 이후 ‘어떤 마을’을 시작으로 그의 시와 산문 여러 편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이번 심사 대상인 16종의 교과서 가운데 8종에도 ‘종례시간’ ‘담쟁이’ ‘흔들리며 피는 꽃’

등 다섯 편이 담겼다.

 필리핀 출신으로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으나 사별하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활발하게

활동해온 이 의원의 사연도 2종의 국어 교과서에 소개됐다. 그는 국내 1호 귀화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이다.

 평가원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선 도 의원 작품과 이 의원 관련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교육의 중립성 유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내용이 정치적·파당적으로 이용돼선 안 되며, 특정 정당·종교·상품·기관 등을

선전하거나 비방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었다.

 이에 따라 심의회는 “심사 대상 16종 교과서 중 도 의원 작품을 실은 8개 출판사, 이 의원

 

관련 내용을 담은 2개 출판사에 관련 내용을 제외할 것을 권고한다”고 결정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해당 결정은 심사의원 간에 별 대립 없이 대부분 합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5분 신상발언을 통해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도록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인단체들도 가세했다.

도 의원이 부이사장을 지냈던 진보적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이시영 이사장은

“김춘수 시인이 1980년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했지만 당시엔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서

삭제되지 않았다”며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기준이 적용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문인단체인 한국문인협회의 정종명 이사장도 “충분히 검증된 순수한 문학작품을

 

작가의 신분이 바뀌었다고 교과서에 수록할 수 없다면 그 기준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도 “작품을 쓸 당시 정치적 의도가 없었고 그동안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을

작가의 신분을 이유로 빼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국민이 사랑하는 도 의원의 시가 정치 선전문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현재로선 평가원이 권고를 철회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평가원은 민간 출판사들이

 권고대로 교과서를 보완해오면 다시 심의에 부친다는 입장이다.

 성 원장은 “그동안 검정위원회에선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현존 인물은 싣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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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12.07.10

 

도종환 시, 교과서에 계속 실린다

[중앙일보] 입력 2012.07.11

선관위 “무방” 유권해석에 검정심의회 긴급소집해 번복

 도종환
도종환(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의 시(詩)들이 내년 중등 1학년 국어교과서에 그대로

 실리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태제)이 10일

 검정심의회를 긴급 소집해 삭제 권고를 철회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도 의원의 작품과 이자스민(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관련 내용을 내년도 교과서에서 빼도록 결정했던 권고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7월 10일자 10면>

평가원은 이날 오후 3시 국어교과서 검정심의회를 긴급 소집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의결정족수(재적인원의 3분의 2)가 넘는 심의위원들이 참석해 4시간에 이르는 격론

끝에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전날만 해도 평가원 측은 “현역 의원의 작품을 교과서에 게재하면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문인들 사이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상식 밖의 처사”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정치권도 권고 철회를 요구했다. 파문이 급속히 확산된 가운데 평가원이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데는 이날 오전에 나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결정적이었다.

 평가원은 앞서 선관위에 현역 의원의 글을 교과서에 싣는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인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특정 정치인의 작품 게재만으로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작가회의 이시영 이사장은 “삭제 요구 철회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삭제 권고 철회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교과서 심의 과정과 절차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검정심의회에서는 도 의원 작품 배제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안이었음에도 선관위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생략됐다.

또 작품 배제를 놓고 이렇다 할 찬반 토론도 없었다.



한 대학 교수는 “올해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다 보니 심의위원들이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심의위원이 모두

 교사와 교수 등으로만 채워진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전문가 등 보다

다양한 인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시윤 기자

[시가 있는 아침] 담쟁이]

 
담쟁이 - 도종환(1954~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벽을 넘으면 무엇이 있나. 아무것도 없을 수도, 더 높은 벽이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벽보다 더 숨 막히는 황야가 버티고 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는 잊지 못할 자유의 실감이 묻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벽은 무언가를 가두는 것이겠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넘기 위해 존재한다.

 진정 갇히는 것은 넘으려고도 하지 않을 때이므로 담쟁이는 핏줄이 온몸으로

 뻗어가듯 벽을 오르고 벽을 나아간다.

이 엄연한 사실에 한 모금의 갈증과 의지를 보태어 쓴 것이 이 시다.

 그런데 누군가 교과서에서 ‘담쟁이’를 걷어내려 한다고 한다.

이 참담한 생각이 가두려는 자의 것인지 깊이 갇혀버린 자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도처에서 사람이 비명(非命)에 가도 비명이 안 들리는 사회,

한 인간을 삼백 일이 넘도록 공중의 크레인에 세워두고도 슬픔에 젖지 않던 이곳이,

어떤 눈에는 벽 없는 낙원으로 보이는가 보다.

 시인은 아플 자유도 없는가. 돈도 아니고 힘도 아닌 시라는 것에 들이대는

 눈먼 칼, 이래 가지고야 어디 ‘쪽팔려서’ 계속 쓰겠나.

 


 
                                                                           입력 201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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