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백장[八白長] 잊을만 하면 부각되는 최근 희대의 이슈로 떠오른 프로 농구 승부조작 사건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무리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아시안게임 때 우리나라와 쿠웨이트 핸드볼 경기가 심판의 일방적인 편파판정으로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挫折]된 경우도 있다.
스포츠 도박[賭博]과 연계된 승부조작[勝負造作]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로 떠올리는 단어가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이에 따르면, 블랙삭스 스캔들은 1919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결승전인 월드시리즈에서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事件]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연루됐기 때문에 붙은 ‘블랙삭스 스캔들’이란 이름이 붙었다. 아메리칸리그 우승[優勝]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내셔널리그 우승팀인 신시내티 레즈에 비해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評價]받았다.
그런데 약세로 평가받은 신시내티는 화이트삭스를 꺾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고, 거액의 돈이 신시내티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부조작[勝負造作]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다. 이듬해 조사위원회가 결성됐고,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MLB에서 영구제명됐다.
이 사건이 거듭 회자되는 이유는, MLB 사무국의 엄정한 사태 수습 때문이다. 영구제명된 선수 중 6명은 실제로 승부조작을 결행했고, 한 명은 이들의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 협박[脅迫]해 돈을 뜯어냈다.
이들과 달리 조작[造作]을 권유[勸誘]받았으나 거절한 선수도 있었는데, 승부조작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선수 역시 영구제명됐다. 정정당당하게 싸워 승패[勝敗]를 겨루어야 할 스포츠가 이처럼 조작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울분을 터뜨리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팔백장은 승부[勝負]를 조작[造作]하는 말이다. 경기나 게임에서 미리 타협해놓고 겉으로만 승부를 겨루는 협잡 행위가 ‘팔백장[八白長]’이다. 승부에 어딘지 의문스런 구석이 있으면 “야이쪼[八百長]를했다”는 말을 하고 부정한 방법[方法]으로 경마, 사행성 게임, 기타경기[競技]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진검승부[眞劍勝負]가 아니라 사전에 짜놓은 각본[脚本]에 의한 승부라는 뜻인데, 승부조작, 편파판정, 심판매수 등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로 원래는 “야오조[八百長]”인데 구전[口傳] 되면서 ‘야이쪼’로 바뀌었다.
옛날 일본에 팔백옥[八百屋]이라는 야채점이 있었는데 주인 장병위[長兵衛]라는 사람이 바둑 고수였다고 한다. 그런데 장병위는 자기 가게의 매상을 올려주는 손님에게 일부러 바둑을 져 주기도 하고 바둑을 적당[適當]히 두었다. 그래서 가게 매상이 많이 올랐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고을 사또가 바둑을 무척 좋아해 장병위를 불러다 함께 두곤 했다. 장병위[長兵衛]는 사또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바둑을 일부러 져주곤 했는데 그 수가 워낙 절묘[絶妙]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당시 일본 최고의 바둑고수인 본인방[本因坊]이 장병위와 바둑을 두었는데, 본인방[本因坊]과 장병위[長兵衛]는 막상막하[莫上莫下]의 접전[接戰]을 벌였다.
이 일로 세간[世間]의 사람들은 장병위의 진짜 실력[實力]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장병위는 다른 사람들과는 적당히 바둑을 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야채상 상호의 앞 자에주인 이름의 앞 자를 붙혀 “야오조[八百長]”이라는 말을 만들어 속임수 승부[勝負]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즉, 팔백장[八白長]은 팔백옥 장병위[八百屋 長兵衛]의 줄임말이다. 그 후로 겉으로는 진검승부[眞劍勝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당히 승부를 조작하는 말로 지금도 팔백장[야이쪼]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 승부조작을 하여 돈벌이를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엄한 징벌[懲罰]을 내려 영원히 퇴출[退出] 시켜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사전에 짜놓은 각본[脚本]에 의한 승부가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진검승부[眞劍勝負]를 하는 스포츠 경기[競技]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