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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조삼치지(終朝三褫之)

by 석암 조헌섭. 2019. 10. 7.

종조삼치지(終朝三褫之)


주역 상구(上九)에는  혹석지반대(或錫之反帶)라도 종조삼치지 (終朝三之)리라

 반대를 주는 경우가 있더라도 조회를 마치기 전에 세 번 그것을 빼앗을 것이다.

즉 벼슬을 주어도 하루아침 세 번 못 간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역대 장관 재임 기간이 평균 1년도 못 된다.

이 세상은 한순간에 불과하다.


주역의 송괘(訟卦)는 아래 감괘와 위 건괘로 이루어져 있다.

모양으로 본다면 감괘는 물이고 건괘는 하늘이다. 하늘 아래 물이 있다.

 강(剛)한 건괘가 위에 있고 험(險)한 감괘가 아래에 있다. 그래서 송사(訟事)의 모습이다.

재판이 붙으면 누구나 다 이기려고 한다. 그러자니 서로 강하고 험하게 버틴다.


지금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성열 검찰총장의 싸움이 볼썽 서럽다. 


초육(初六)은 불영소사(不永所事)면 소유언(小有言)하나 종길(終吉)이리라

(일을 길게 끌지 않으면, 말이 조금 있더라도 마침내 길할 것이다.)


구이(九二)는 불극송(不克訟)이니 귀이포(歸而逋)하여 기읍인(其邑人)이 삼백호(三百戶)면 무생하리라

(송사를 이기지 못하여 돌아가 도망하는데, 그 읍 사람이 삼백호면 재앙이 없으리라.)


육삼(六三)은 식구덕(食舊德)하여 정여(貞(厲)하나 종길(終吉)이리니 혹종왕사 무성(
或從王事, 無成)이라

(옛 덕을 먹어서 바르게 하면, 위태로우나 마침내 길할 것이니 혹 왕의 일을 쫓아서 이림은 없도다.)


구사(九四) 불극송(不克訟)이니 복즉명( 復卽命)하고 유 안정 길(渝 貞 )하리라 

(송사를 이기지 못하여 돌아와 명에 나아가 변하여 편안히 마음을 곧게 가지면 길할 것이다.)


구오 송 원 길(九五. 訟,元吉)

(구오는 송사에 크게 길힘이라)


상구(上九)에는  혹석지반대(或錫之反帶 )라도 종조삼치지 (終朝三之)리라

(혹 반대를 주는 경우가 있더라도 조회를 마치기 전에 세 번 그것을 빼앗으리라)


송괘(訟卦)는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물이다(天水訟).

(바로 앞의 수괘(需卦)의 기호 모양을 180° 뒤집은 모습이다.)


앞의 수괘(需卦)는 기다려서 음식(飮食)이라는 결실을 얻는 괘이다.

(음식이 있으면 다툼이 있게 된다. 대표적인 다툼으로는 작게는 송사(訟事)가 있고

크게는 전쟁이 있다.)


송괘는 송사 같은 인간사회의 비교적 작은 다툼을 상징한다.

인류는 경제적 이익을 두고 끊임없는 다툼을 벌여 왔다.

 '밥'은 적고 먹을 '입'은 많기 때문이다.

밥이 충분할 경우라도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아귀(餓鬼)다툼을 벌인다.

송사는 이 다툼의 상징이다.


송사에는 지혜로운 판관(判官)이 있어야 한다.

이전에 중국 안훼이(安徽)성의 허페이(合肥)에 가 보았는데,

바로 그곳이 북송(北宋)대의 유명한 판관 포청천(包靑天·본명 포증·包拯)의 고향이며

동시에 그가 묻힌 곳이었다.


그와 관련된 TV 드라마는 우리에게도 유명하다.

송괘의 '대인(大人)'은 포청천이나 솔로몬 임금과 같은 명철한 재판관을 말한다.


흔히 송사는 제기하는 쪽에서 승산이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중길, 종흉(中吉, 終凶) 그러나 이것은 오래 끌 일이 아니므로 끝까지 가는 것을 송괘에서는

좋지 않게 본다. 현명한 '대인'은 처음부터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공자(孔子)는 그의 제자 자로(子路)의 과단성 있는 판결보다도 근본적으로

 송사를 없게 할 것을 지향하였다.


 송괘의 초기로서 음이 구사의 양과 싸우므로 송사를 길게 끌지 말 것을 충고한다.

 하괘인 물 중간에 있는 이가 상괘의 하늘 중간에 있는 이와 맞서 싸우는 격이므로

 송사에 이기지 못한다. 차라리 욕심을 버리고 물러나는 것만 못하다.

음으로서 상구의 양과 싸우므로 차라리 원래의 이익, 즉 구덕(舊德)에 만족하는 것이 낫다.


 음인 초육에 대해서는 우월적 입장에 있으나 바로 위의 임금 자리에 있는 구오와

 대적하려는 상황이다. 송사에 이길 수 없음으로 마음을 바꿔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구오는 송괘의 전성기이다. 송사에 크게 좋다. 송괘의 중요한 교훈은 상구에 있다.


즉 송사를 길게 끌면 좋지 않다는 핵심적 교훈이 담겨 있다.

 그런데 상구는 송사를 지나치게 끄는 자리이다.

임금이 내린 상(賞)인 '반대(?帶)'는 송사에서 일시적으로 이길 수도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 가지 못함도 말하고 있다.

또한 상구는 임금인 구오의 권력에 기대어 힘없는 백성인 육삼의 이익을 빼앗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신문고를 두드리는 육삼으로 인해 그 '권력형 비리'가 폭로되어 부당하게

취한 이익을 다시 빼앗기게 된다.


우리네 인생사 언제 어떻게 될지 한 순간에 불과하다.

3~40여 년 전 미국의 소리 우리말 방송 황재경 아나운서는 1906년 함경남도

안변군에서 태어나 1984년 사망 나이는 많아도 건강이 좋았다.

방송국에서 황재경의 노익장을 인정해서 노인건강의 비결을 강연하던 도중에

쓰려졌다.

노인의 건강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기미년 3·1 운동 때 48세의 김지환은 자기 생일을 앞두고 손님을 초대하였다.

그런데 생일을 며칠 앞두고 그만 죽고 말았다.

생일 초대가 망일 초대가 된 셈이다.

사람의 죽음은 아무도 모르는 오직 하느님의 고유 권한이다.


고문진보에 보면 중국의 시인 왕한(王翰)은 진시황이 쌓은 만리장성을 두고

이러한 시를 지었다.

진시황이 장성을 쌓았으니 어찌 큰 어리석음이 아니런가


진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북족 오랑캐가 아니라

사람에게 찾아오는 멸망과 죽음은 부귀도 못 막고 과학으로도 못 막고

보약(補藥)으로도 못 막고 불공(佛供)과 기도(祈禱)로도 못 막는다.

 삶과 죽음 역사의 수뢰 바퀴는 어떻게 돌아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의 실상을 똑바로 알고 살아야 할 것이다.


2019년 10월 일 

석암 조 헌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