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男便]이 죽기 전 자기가 죽으면 무덤에 풀이나 마르거든 개가(改嫁)
하라고 유언하였다.
그렇게 되려면 올여름도 그냥 보내야 하기에 풀을 빨리 말리기 위해 부채질을
한 것이라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자의 아내는 분개하며 자신은 절대
개가(改嫁)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에 장자가 처의 지조[志操]를 시험하려고 도술[道術]을 부려 죽은 척하여
아내는 장자가 정말 죽은 줄 알고 장자를 입관[入棺]하여 대청에 안치해
며칠 후 이웃 나라 왕자가 조문[弔問]을 왔다. 장자(莊子)의 처는 한눈에
그에게 반해서 저녁이 되자 자고 가라는 장자 처의 요청[要請]에 왕자는
못 이기는 척 허락[許諾]하여 저녁에 부인이 술상을 들고 방에 들어서자
왕자가 청혼[請婚]을 해왔다.
흥분한 장자의 처는 자기 방으로 돌아온 후 곧바로 상복[喪服]을 벗고
다홍치마에 화장을 하고는 밤이 깊어지자 슬며시 왕자의 방에 들어갔으나
왕자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呼訴]하며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그런데 왕자가 죽은 지 백일 이내의 시체[屍體] 골수를 먹어야 살 수 있다고
말하여 장자의 처는 장자 골통을 깨려고 도끼로 관 뚜껑을 뜯자
죽은 줄 알았던 장자가 벌떡 일어나며 “당신은 내가 살아날 것을 어찌 알았소?
또 무슨 일로 다홍치마에 분을 발랐소?”라며 능청을 떨었다.
놀란 장자(莊子)의 처가 미친 듯 건넌방으로 가보니 왕자[王子]는 없어져
이에 장자 처는 부끄러워 물동이를 뒤집어쓰고 마당가 우물에 빠져 죽자
혜자(惠子)가 조문을 와 장자는 그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는데
여기서 상처(喪妻)를 뜻하는 고분지통[鼓盆之痛] 또는 고분지탄(叩盆之嘆)이
나왔다.
다음은「장자」 외편 지락편 제4장. 유명한 장자의 죽음관이 나오는 내용이다.
아내의 죽음을 맞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 장자를 보고
혜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과 함께 살면서 자식을 키우다가 늙어서 죽었는데,
울지 않는 것은 혹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동이까지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네.
이 사람이 막 죽었을 때는 내가 홀로 어찌 슬픔이 없을 수 있겠냐만,
본무생(本無生)--그 처음을 살펴보니 본래 생명이 없었네.
본무기(本無氣)--단지 생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었네.
망홀지간(芒芴之間)--단지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기조차 없었네.
유기(有氣)--혼돈한 사이에 섞여 있다가 변하여 기가 있게 되었으며,
유형(有形)--기가 변하여 형체가 있게 되고,
유생(有生)--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있게 되었네.
사(死)--지금 다시 변하여 죽음으로 돌아가니,
이것은 서로 춘하추동의 사계절이 운행하는 것일세.
이 사람이 이제 편안히 천지라는 큰 집에서 잠들었는데,
내가 소리치며 계속해서 운다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천명을 깨닫지 못한 것 같아서 그래서 그만두었다네.
순환 속의 죽음일 뿐이니…
죽음은 춘하추동 사계절의 운행 속의 한 흐름일 뿐이다.
이런데도 소리쳐 계속 운다면 천명을 모르는 것이다.
2020년 7월 일
석암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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