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463)

도망시(悼亡詩) 2,

by 석암 조헌섭. 2020. 7. 12.

장자 기원전 369년~
기원전 289년 81세




도망시(悼亡詩) 2,

사랑하는 이내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자는 고분지통(鼓盆之痛)이라 하였다.
물동이를 두드리며 통곡했다는 뜻인데,
이와 관련한 일화는 장자(莊子)의 고분이가(鼓盆而歌
)에 나온다

장자가 여름날 아내와 산길을 가는데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무덤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남편[男便]이 죽기 전 자기가 죽으면 무덤에 풀이나 마르거든 개가(改嫁)
하라고 유언하였다.
그렇게 되려면 올여름도 그냥 보내야 하기에 풀을 빨리 말리기 위해 부채질을
 한 것이라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자의 아내는 분개하며 자신은 절대
개가(改嫁)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에 장자가 처의 지조[志操]를 시험하려고 도술[道術]을 부려 죽은 척하여
 아내는 장자가 정말 죽은 줄 알고 장자를 입관[入棺]하여 대청에 안치해
 며칠 후 이웃 나라 왕자가 조문[弔問]을 왔다.  장자(莊子)의 처는 한눈에
그에게 반해서 저녁이 되자 자고 가라는 장자 처의
 요청[要請]에 왕자는
못 이기는 척 허락
[許諾]하여
저녁에 부인이 술상을
 들고 방에 들어서자
왕자가 청혼[請婚]을 해왔다.


흥분한 장자의 처는 자기 방으로 돌아온 후 곧바로 상복[喪]을 벗고

다홍치마에 화장을 하고는 밤이 깊어지자 슬며시 왕자의 방에 들어갔으나
왕자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呼訴]하며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그런데 왕자가 죽은 지 백일 이내의 시체[屍體] 골수를 먹어야 살 수 있다고
 말하여 장자의 처는 장자 골통을 깨려고 도끼로 관 뚜껑을 뜯자
죽은 줄 알았던 장자가 벌떡 일어나며 “당신은 내가 살아날 것을 어찌 알았소?
또 무슨 일로 다홍치마에 분을 발랐소?”라며 능청을 떨었다.
 

놀란 장자(莊子)의 처가 미친 듯 건넌방으로 가보니 왕자[王子]는 없어져
이에 장자 처는 부끄러워 물동이를 뒤집어쓰고 마당가 우물에 빠져 죽자
혜자(惠子)가 조문을 와  장자는 그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는데
여기서 상처(喪妻)를 뜻하는 고분지통[] 또는
고분지탄(叩盆之嘆)이
나왔다.
다음은「장자」 외편 지락편 제4장. 유명한 장자의 죽음관이 나오는 내용이다.
아내의 죽음을 맞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 장자를 보고
혜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과 함께 살면서 자식을 키우다가 늙어서 죽었는데,
 울지 않는 것은 혹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동이까지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네.

이 사람이 막 죽었을 때는 내가 홀로 어찌 슬픔이 없을 수 있겠냐만,
본무생(本無生)--그 처음을 살펴보니 본래 생명이 없었네.
본무기(本無氣)--단지 생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었네.
 
망홀지간(芒芴之間)--단지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기조차 없었네. 
유기(有氣)--혼돈한 사이에 섞여 있다가 변하여 기가 있게 되었으며,
유형(有形)--기가 변하여 형체가 있게 되고, 
유생(有生)--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있게 되었네.
 
사(死)--지금 다시 변하여 죽음으로 돌아가니,
 
 이것은 서로 춘하추동의 사계절이 운행하는 것일세.
이 사람이 이제 편안히 천지라는 큰 집에서 잠들었는데,
 내가 소리치며 계속해서 운다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천명을 깨닫지 못한 것 같아서 그래서 그만두었다네.

순환 속의 죽음일 뿐이니

죽음은 춘하추동 사계절의 운행 속의 한 흐름일 뿐이다.
이런데도 소리쳐 계속 운다면 천명을 모르는 것이다.

                  
                2020년 7월 일
                석암 조 헌 섭
,,

 

'나의 이야기(46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반낭자(杯盤狼藉)  (0) 2020.08.16
동이신궁[東夷神弓]  (0) 2020.08.01
낙상매(落傷鷹)  (0) 2020.07.06
단오  (0) 2020.06.28
'도망시(悼亡詩) 1,’  (0) 20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