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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용알뜨기[撈龍卵]

by 석암 조헌섭. 2021. 3. 13.

용알뜨기[龍卵]

옛날 농가에서는 오늘 2월1일[음력]을 머슴날[奴婢日]이라고 하였다. 
겨울이 끝나가는 2월 초하룻날에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음식을 베풀고 즐기던 세시풍속[歲時風俗]이었다,
한해 새경을 정하고 고된 농사 준비를 해야 하니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베푸는 것이다. 

어릴 적엔 음력 이월 초하루 날이면 동이 틀 무렵 첫새벽 정화수[井華水] 한 그릇 
떠 놓고 삽짝문엔 황토[黃土]를 놓아 소지를 올리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天地神明]께 비나이다.
자식을 위해 기도[祈禱]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족 중에 우환[憂患]이나 수험생, 취업생 등 축원할 일이 있을 때 어머니는 이른 새벽
물 한 그릇 올려놓고 지성[至誠]으로 신명께 비는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네 선조들이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복[福]을 빌고자 할 때 또는 기도나
 약을 달이기 위해 떠놓은 물을 우리는 정화수[井華水]라고 부른다. 


정안수[井華水]라 부르기도 하는 이물은 새벽달이 마지막으로 비칠 때 그 달을
물과 함께
바가지로 길은 물은 물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고 한다. 

또한 새해 첫 용날인 상진일[上辰日] 새벽에는 여자들이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온다.
이날 새벽에 용이 내려와서 알을 슬어놓고 간다고 하여 다른 사람 보다 먼저 물을 길어다
 밥을 지으면 그해 농사가 대풍[大豊]이 든다고 한다.

이것을 용알뜨기라 하여 정월 대보름 풍속[風俗]으로 전해 온다.
노룡란[龍卵]으로 용물뜨기라고도 한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다.
생명체[生命體]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물이다.
가족들의 안녕과 복을 얻기 위해 우리의 어머니는 첫 새벽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한
깨끗한 몸으로 정화수 앞에 선다.

이는 신 앞에 나아갈 때 깨끗한 몸, 즉 죄가 없는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상징적 믿음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삶 자체가 참[眞] 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았으며 이러한 행위가
무탈을 비는 일종의 종교의식[宗敎意識]으로 생각하였다.

 
천도교에서는
이런 정화수를 청수(淸水)라 하여 만물의 근원으로 맑고 깨끗하고
강유[剛柔]를 겸전하여 밤낮없이 쉬지 않고 흐른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성수(聖水)라 하여 세례식 때 사용하는 성세수[聖洗水]를 가리킨다.

불교에서 물을 떠, 남에게 주는 공덕으로 선행의 감로수(甘露水)라 하였다.
구약시대는 물두멍[놋바다]에서 손과 발을 씻어야만 장막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또한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화수[井華水]를 정화력을 발휘[發揮]하는 주술물 구실을 해왔는데,
물 자체가 지닌 맑음이부정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스러운 대상을 향하여 그릇에 담은 정화수를 손가락 끝으로 3번 흩뿌리는 
것으로 정화의 주술[呪術] 을 베푼다.

혼탁[混濁]한 세상을 이 정화수로 주술 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이 맑고 깨끗하게
되었으면 참 좋겠다. 

2021년 3월 일
석 암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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