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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463)

나비부인[割給休書]

by 석암 조헌섭. 2021. 3. 27.
비부인[割給休書] 

나 어릴 적 
동네 사람들 중 집안 아지매가 가슴에 삼베조각을 달고 다니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호기심이 생겨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남편이 죽은 여자를 표시하는 
나비라고 들은 적이 있다. 나비 왜 여자는 나비를 가슴에 달고 다녔을까? 

옛날에는 조강지처를 함부로 버릴 수는 없었으나 이혼 관습은 있었다. 
양반 계급이 이혼하여 여자를 내쫓으려면 꽤 까다로웠다고 한다. 

그러나 상민층에게는 사정파의[事情罷議], 할급휴서[割給休書]라는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할급휴서[割給休書]란 칼로 저고리 앞섶을 베어서 그 조각을 상대에게 이혼의 표시로 주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으면 이혼을 수락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정파의[事情罷議]는 부부간에 부덕이한 사정이 있을 때 결별 이유를 밝히고 
그 사정을 밝혀 서로 합의하에
합의 이혼[合意 離婚]을 한 형태이고 

할급휴서는 이혼문서가 따로 없으니 이혼할 때 남편이 아내에게, 또는 남편에게 
옷깃의 한 자락을 가위로 잘라주는 불문법이 있었는데, 

이것은 이혼증서[離婚證書]와도 같은 것이어서 이혼을 한 여인이 전남편과 
이혼을 했다는 증명서를 떼는 것인데, 저고리의 앞섶을 자르는 것이다. 
이 잘려진 세모꼴의 저고리를 ‘나비’라고 불렸는데,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나비처럼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이 할급휴서를 주는걸 ‘수세 준다.’ 혹은 ‘휴서 준다.’라고 하였으며, 
원래는 남편이 아내가 입고 있던 저고리의 깃을 자르는 것으로 소유권을 포기하는 
의식이었다는데, 이렇게 할급휴서를 받는 여자는 새벽에 성황당 길에 서 있으면 
그녀를 처음 발견한 남성이 그녀를 거두어 살 의무가 있었다. 

그가 누구이든 처음 만나는 남자를 따라가 그와 운명[運命]을 같이하는데, 
이것을 습첩[拾妾]이라 하여 ‘첩을 줍다’ 는 뜻이라 한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도 아들이 일찍 죽었으므로 은밀히 며느리를 불러 
며느리의 갑사 저고리의 깃을 자신이 직접 가위로 잘라주었다. 
그리고 “이제 너는 우리집 귀신이 아니라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로써 너의 부부로서 
인연을 끊고 멀리 떠나서 새 생활을 하도록 하여라”라고 하여 새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칠거죄악[七去罪惡] 삼종지도[三從之道] 등 여자의 생활을 옥죄었던 시절에 
소박을 당하거나 출처, 사별한 여인을 자유롭게 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습첩이 
있었으니, 주인이 없어 나비처럼 날아가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여인이라는 뜻의 
나비 표시가 정말 아름다운 풍습[風習]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3월 일 
석 암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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